난마처럼 얽힌 듯한 2002년 월드컵 주경기장 건설문제는 어떻게 풀릴까.
8일 정부 관계장관회의에서 사실상 백지화됐던 서울 상암경기장이 17일 2차 회의에서 다시 유력 대안으로 떠올랐고 양자택일이 예상됐던 잠실경기장과 인천 문학경기장이 각각 안전도와 설계변경상의 문제가 불거져 최종결정은 또다시 연기됐다.
결론유보의 배경은 세가지.
우선 그동안 상암경기장 신축을 적극 반대해왔던 서울시가 상암구장 신축으로 급선회한 것.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강덕기 서울시장직무대리는 서울시의 의사를 묻는 김종필총리서리에게 “솔직히 잠실구장 개보수보다는 상암경기장 신축을 원한다”고 말해 종전과 다른 의견을 밝혔다.
다음은 예산문제에 대한 입장정리. 강시장대리는 당초 상암경기장건설에 소요된다고 보고한 4천5백억원의 예산이 기본도시조성비 2천5백억원을 포함하는 것으로 이는 이미 월드컵과 관계없이 서울시가 책정해 놓고 있으며 나머지 2천억원이 경기장 건설의 직접비용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총리서리는 상암경기장을 전액 국고지원으로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에 무릎을 치며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진념 기획예산위원장도 전 정부가 약속한 월드컵경기장 건설의 30% 국고지원은 변동이 없으며 상암주경기장의 경우 예산배분원칙이 정해져 있어 국고지원은 5년에 걸쳐 5백억∼6백억원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결론 연기의 결정적인 이유는 잠실과 문학경기장의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 ‘지붕 위의 지붕’을 덮는 잠실경기장은 안전상의 큰 문제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미 27%의 공정을 보이고 있는 문학경기장의 설계변경도 낭비적 요소가 있다는 점.
결국 정부는 상암주경기장 신축쪽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은 채 잠실과 문학경기장의 마지막 재실사를 위한 시간을 주는 선에서 결론을 유보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재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