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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방경제는…⑥]정보-자금-인프라 「3重苦」

입력 | 1998-04-20 19:52:00


“나라 전체가 어렵지만 지방은 더 힘듭니다. 지방에서 기업활동을 하면 서울보다 항상 1백m 처져 출발하는 기분이에요.”

지방경제 현장에서 만난 지역의 경제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중앙에 비해 지방 기업은 3,4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일단 중소 영세 기업 위주의 경제구조인 탓에 중소기업이 겪는 일반적인 애로는 기본이고 ‘단지 지방이란 이유로’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은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향토기업 부도에 자금난까지〓대부분 지역은 한두개 대기업이 지역경기를 좌우하는 구조로 돼 있다. 그러다보니 대기업 한군데가 흔들리면 지역 전체가 휘청거린다.

충북은 작년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대농의 부도로 아직도 큰 후유증을 앓고 있다. 광주지역도 아세아자동차의 부도 이후 돈줄이 마르고 소비가 바닥세를 기고 있다. 한라조선소가 입주해 있는 전남 삼호공단도 한라 직원 가족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일대의 상가 경기가 말이 아니다.

부산지역도 마지막 남은 신발업체 화승까지 부도가 나면서 지역경제가 흉흉한 상태다.

자금난도 서울에 비해 더 심하다. 대구 한 섬유업체의 김모사장은 “특히 지방 금융기관은 워낙 보수적이라 대출 받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거래조건도 불리한 점이 많다. 가령 외환거래시 지방은행의 매입환율은 서울 주요은행보다 1달러당 10원이 높은 실정.

그전에도 운영난을 겪어온 지방공단들은 작년말 이후 더욱 몸살을 앓고 있다. 분양 해약 및 중도금 연체 사례가 속출하고 문을 닫은 입주 공장들이 즐비하다.공단측은 국내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 유치에 안간힘이지만 쉽지 않다.

전남 대불공단의 한 업체 대표는 “공단만 지어놓으면 뭣합니까. 도로 항만 등 다른 기반시설이 형편없는데…”라고 말했다.

“부산 인천 등으로 6,7시간씩 걸려 수송하노라면 길바닥에 돈을 뿌리고 다니는 기분입니다.”(대전의 한 수출업체)

지방공단측은 지자제 실시에 큰 기대를 걸기도 했지만 “오히려 형편이 더 나빠졌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광주 하남공단의 한 관계자는 “산업자원부는 ‘지방공단은 지자체 소관’이라며 나몰라라 하고 지자체는 ‘여력이 없다’고 지원을 안해줘 미운 오리새끼가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지방공단들이 작년 9월 연합회를 결성,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

▼돌파구는 수출〓내수부진에 허덕이는 지방 기업들은 수출에서 출구를 찾고 있으나 이도 여의치 않다. 지역마다 작년에 비해 수출물량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밀어내기식 ‘소나기 수출’이 많은 탓에 수익성이 저조하다. 그나마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시설확장을 하려고 해도 자금 조달이 간단치 않다.

정보와 전문인력, 노하우 부족 등 고질적인 문제도 여전하다. 충북의 한 의약업체는 “수입 원자재가 의료용구로 분류된 사실을 몰라 큰 낭패를 겪었다”면서 “지방에까지 정보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방의 수출업체들은 또 “외국 바이어들이 서울에만 머물다 가는 탓에 상담기회를 얻는 것부터가 불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지자체들이 수출 지원체제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 전북 충북 등 각 지자체마다 박사급 전문 인력을 갖춘 해외통상지원단을 앞다퉈 서울에 설치해 바이어 유치, 거래 알선, 통역지원 등 서비스를 펴고 있다.

〈이명재·홍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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