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갤러리 사비나에서 전시중인 김성호씨의 전원 풍경 ‘싸리꽃’. 돌을 간 천연의 안료로 색을 낸 자연주의 작품이다. 캔버스는 종이가 아니라 비단. 종이는 돌가루에 찢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전국 방방곡곡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는 돌. 김씨의 눈에는 모두가 평범하지 않다. 이를 갈아 아교를 적절히 섞으면 더할나위없는 천연 재료. 부석사 부근에서는 낡은 기와 한 조각을 가져와 회색을 내기도 했다.
돌가루를 고집하는 이유는 작품 세계인 전원 풍경과 정신적 일치를 위해. 자연을 조형화하면서 자연 그 자체를 도구로 사용한다. 돌가루는 또 오랜 세월이 지나도 탈색되지 않아 자연의 영원성을 함축할 수 있는 재료다.
‘싸리꽃’은 97년작으로 작가가 사는 경기 양평 산골의 정경이다. 싸리꽃은 한여름에 핀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싸리꽃, 오른쪽 위의 밤나무 숲, 작은 초가, 텁텁한 흙내음을 풍기는 오솔길, 푸르른 신록이 시골 여름의 정경 그대로다. 소박과 겸허, 자연에의 순응을 담았다.
작가는 그림과 닮았다. 배우 앤서니 퀸을 연상시키는 소탈한 표정과 허허로운 웃음, 손도 농부의 그것처럼 투박하다. 54년생으로 홍익대 미대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고 이번이 다섯번째 개인전. 전시는 5월5일까지. 02―736―4371.
〈양평〓허 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