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비를 아끼기 위해 서울 마포구 대흥동 집에서 1시간 가량 걸어 서울 중구 정동의 실직자 쉼터인 ‘다일사’에 도착한 김모씨(53)와 태릉에서 걸어왔다는 심모씨(53). 24일 오후 이기호(李起浩)노동부장관이 방문해 실직자들과 대화를 나눈다는 소식을 듣고 이들 외에도 10여명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담보와 보증인을 요구하는 실업자대출은 무용지물입니다.” “재산공개 때 수십억원 가진 장관들 실업자기금 좀 내라고 합시다.”이 때 이장관이 검은색 그랜저승용차를 타고 도착했다.
“요즘 맘고생들이 심하실텐데 어떻게들 지내시는지요.”이장관의 인사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실직자들을 위해 애써 주셔서 고맙다”며 인사를 받았다.
이어 “자녀들의 학자금 마련이 제일 큰 고통이니 꼭 좀 해결해달라” “구직안내를 하는 공무원들이 형식적이고 모른다는 대답만 한다” “실업대출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다”는 등의 건의가 쏟아졌다.
이장관은 “공무원 봉급을 10% 깎아 재원을 조달해 실업기금을 마련하는 등 정부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이해해달라. 경제위기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며 고통분담을 통해 힘을 합쳐야 한다. 가난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옛말이 있듯 한쪽의 노력만으론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실직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나라에서 국민에겐 작은 차를 타라고 하지만 장관님은 오늘 큰 차를 타고 오셨지요. 높은 분들과 정치인들부터 모범을 보여야 할 것 아닙니까.”
이장관은 “정부도 실업자문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니 조금만 참고 기다려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장관은 정문 앞에 주차해 있던 자신의 승용차를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대기시킨 뒤 걸어내려가 차에 올랐다.
〈이원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