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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음반]드미트리「옛 아리아집」 열정적 목소리 선보여

입력 | 1998-04-25 08:24:00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의 입에서는 화염이 나온다.

압도적인 포르티시모(最强奏)와 열정적 표현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가 새음반 ‘옛 아리아집’(필립스)을 내놓았다.

“옛 아리아집이라고, 골치 아픈 노래들 아냐?”같은 선입견은 잠깐 멈춤. 음반을 플레이어에 올려놓아 보자. 멜로디가 귀에 익다.

“카로 미오 벤,크레디 미아 일 멘(나의 사랑이여. 믿어주오…).”

고등학교 음악 실기시험때 뜻도 모르고 불렀던 노래. 잘 나가다 가사를 까먹는 바람에 머쓱해진 친구도 있었다. 이밖에도 ‘니나’ ‘헨델의 라르고’ ‘아마릴리 내사랑’ 등 학창시절 음악교과서에서 만났던 고전가곡과 아리아가 음반 곳곳을 수놓고 있다.

어려운 성(姓)덕에 우리에겐 ‘드미트리’란 이름으로 더 친근해진 흐보로스토프스키. 그는 테너계 ‘빅3’의 위세가 주춤해진 오늘날 새롭게 주목받는 바리톤 ‘빅3’의 하나다. 그의 라이벌중 이지적인 표정의 토머스 햄프슨이 ‘멋쟁이 연인’, 강건한 음색의 브라인 터펠이 ‘믿음직한 연인’이라면 드미트리는 ‘불타는 열정의 연인’이다.

그의 목소리가 가진 남다른 볼륨은 새 음반에서도 낱낱이 발휘된다.

글룩의 오페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지옥에서 간신히 구출한 아내의 얼굴이 못내 보고팠던 오르페우스는 금기를 깬 채 뒤를 돌아보고, 결국 다시 님을 빼앗기고 만다. 슬픔에 찬 ‘에우리디케 없이 어떻게 하나’. “어떻게…”를 되풀이할 때는 어금니를 악문듯한 절절함이 전해지고, 최후에 “내 사랑 없이”를 거듭 외칠 때는 거대한 포효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하다. 뿌듯하고 쌉쌀하면서 뜨겁다. 목을 타고 넘는 러시아의 독주(毒酒)맛이 바로 이럴까.

62년 시베리아의 크라스노야르스크 출생. 88년이후 구소련 성악콩쿠르, 프랑스 툴루즈 콩쿠르, 89년 영국 카디프 성악콩쿠르를 휩쓸어 3관왕이 되면서 월드스타 자리를 굳혔다.

작년3월 KBS홀 무대에서의 열연으로 한국 성악팬과 성악도들을 질리게 했던 드미트리는 10월 서울을 다시 찾아올 예정이다. 공연 주최사는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는 유명 한국인 소프라노와 듀오무대를 마련하기 위해 교섭중”이라고 밝혔다. 02―3408―8031(폴리그램)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