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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圈 강성기류 심상찮다…「법대로 사정」강조

입력 | 1998-04-26 19:39:00


최근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핵심부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여기저기에서 “야당의 발목잡기가 금도(襟度)를 넘어섰다. 더이상 끌려갈 수만은 없다”며 구여권의 조직적인 새 정부 흔들기에 대한 정면대응을 외치고 있다.

“대통령이 너무 참는 것 아니냐. 너그러운 것도 좋지만 이제는 고삐를 잡을 필요가 있다”는 등의 얘기가 무성하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24일 “두고 보라”며 정국장악력 회복과 국정기강 확립을 위한 강성 드라이브를 시사했다. 다른 한 고위관계자도 “이대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명분을 축적하면서 분위기가 무르익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등 여권 관계자들은 요즘 들어 ‘법대로 사정’의 필요성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사정의 방향도 대체로 정리된 듯한 분위기다.

“나라를 파탄시키고 국민을 고통 속에 몰아넣은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특정 기업이나 정치인을 직접 겨냥하지 않는 한 정치보복이나 표적사정은 아니라는 논리다.

한 고위사정관계자는 “경제위기 초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환란(換亂)과 무분별한 종금사인허가 의혹, ‘김선홍(金善弘 전기아그룹회장)리스트’에 대한 검찰수사만 철저히 이뤄져도 난마처럼 얽힌 구여권의 ‘먹이사슬’과 비리의 실체가 일부나마 저절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정의 강도에 대해서는 고심중인 것 같다.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나 정치보복 또는 표적사정 논란을 의식해서다. 그래서 진상은 낱낱이 밝히되 사법처리는 최소한에 그치면서 비리관련자들의 명단과 혐의를 모두 공개하고 여론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핵심부는 경제개혁의 최대 관건인 재벌구조조정과 관련한 일부 재계인사들의 공개적인 반발이나 이의제기도 그동안 정국통제에 허점을 드러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권핵심부는 이에 대해서도 ‘원칙대로 은행대출’이라는 비슷한 접근법을 취할 방침. 즉 은행대출의 엄격한 기준을 정해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경우 은행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하면 특정재벌에 특혜나 불이익을 준다는 인상을 피하면서 구조조정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핵심부는 또 야당이 끝내 정국운영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6월로 예상되는 15대국회 후반기 원구성 때 김수한(金守漢)국회의장을 연임시키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야당이 거부할 명분을 원천봉쇄하면서 야당내 협조세력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여권 관계자들은 “야당사람들이 김대통령을 잘 모르는 것같다. 김대통령은 무슨 일을 하려면 언제나 ‘경전(經典)’을 든 손을 먼저 내미나 상대방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손을 거두고 감춰둔 다른 한 손을 내민다”고 말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이 야당에 대해 최대한의 설득노력을 기울인 만큼 명분은 충분히 축적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여권이 정계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야당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부쩍 높이고 있는 것도 이에 근거하고 있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