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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실업대책]올 8조투입…전문가,자금낭비 우려

입력 | 1998-04-26 19:39:00


“정부의 실업 대책은 밑빠진 독에 물(자금)만 쏟아붓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가 올들어 잇따라 내놓고 있는 각종 실업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이 이렇게 혹평한다.

정부의 실업대책은 크게 봐서 실직자에 대한 △직업교육훈련 강화 △생계자금 대출 △벤처기업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 세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정부가 올해중에 쓸 실업대책자금만 해도 모두 7조9천90억원 규모. 전문가들은 이 귀중한 자금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현재의 실업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금만 낭비하는 부실한 직업훈련〓정부는 6천2백54억원을 올해 사용할 실직자 직업훈련비로 책정했다. 그러나 직업훈련과정중 상당수 과목이 실제취업에는 도움이 되지않을 뿐만아니라 교육내용도 부실하기 이를 데 없다.

지난 3월 D증권에서 퇴사한 S씨는 정부가 수강료를 지원하는 노동부 인증 교육훈련기관 6∼8곳을 차례로 돌면서 교육훈련과정을 견학했다. 그러나 실직자 훈련과정에 취업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제원론’같은 과목이 배정돼 있는가 하면 ‘세무관리 전문가과정’처럼 매우 어려운 과목의 교육기간이 불과 17일로 잡혀 있어 수박겉핥기식의 교육이 불가피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유명무실한 실직자 생계보호 대책〓정부는 모두 3조5천억원을 실직자생계보호 대책기금으로 책정해 놓고 있다.

실직자가 이 자금을 대출받으려면 반드시 보증인이 있어야 하는데 개인도 사업도 불확실성이 큰 지금 같은 상황에서 보증인을 구하기는 지극히 힘들다. 근로복지공단이 15일부터 생계비와 창업자금을 대출하고 있지만 24일 현재까지 모두 8건, 4천여만원이 대출됐을 뿐이다.

▼고용유발 효과가 낮은 벤처기업지원〓정부는 2조2천억원을 벤처기업지원 및 창업지원 기금, 중소기업 작업환경 개선자금 등으로 배정했다.

그러나 정부가 주요 실업대책으로 중점을 두는 것과는 달리 실제 벤처기업 지원은 고용유발효과가 지극히 낮아 실업대책으로는 적절치 않다.

2월말 현재 한국벤처기업협회에 등록된 5백50개 회원사 중 직원수가 20명 이하인 기업이 51%를 차지했으며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기업도 창업후 2년까지는 직원수가 대부분 20명을 밑돌고 있다.

또 벤처기업은 사업특성상 70%가 3년 이내 도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벤처기업 지원에 쏟아부은 돈은 도산위험이 높은 기업을 국민세금으로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문가 제언〓직업훈련 전문가들은 1년 이내 재취업이 안될 가능성이 높은 지금 같은 때에는 직업훈련이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상수연구위원은 “직업교육을 받고 1년이 지나면 교육효과가 뚝 떨어진다. 따라서 직업훈련기관과 기업체를 연결, 고용주쪽에서 필요로 하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용정보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실직이후의 대책보다는 실업을 미리 막는 데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실업대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동연구원 정인수박사는 “실업대책 자금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 및 중견기업을 지원, 실업을 미리 막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원 이언오이사는 “정부가 벤처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일종의 관치금융과 마찬가지”라며 “벤처자금시장을 활성화하는 등 벤처기업 주변 여건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희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