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출범, 2002년 7월부터는 회원국에서 전면 사용될 유럽단일통화(유러)는 과연 역내 국가에 ‘축복’이기만 한 것인가.
5월 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정상회담에서는 EU 15개 회원국 중 스웨덴 영국 덴마크 그리스 등 4개국을 뺀 프랑스 독일 등 11개국을 유러 참여국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유러 참여 예정국들은 현재 유러사용을 위한 의회 비준절차를 밟고 있다.
유러 참여자격을 갖췄다고 평가된 스웨덴 영국 덴마크는 왜 불참했을까.
‘유럽 단일국가’라는 정치적 목표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화폐통합논리에 반대하고 유러의 장래를 비관적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경제여건이 비슷한 나라가 같은 돈을 사용할 경우 환전수수료 환위험 등이 원천적으로 사라지고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열린다. 이 경우 통화통합은 이득이 많다.
그러나 이들 세 나라가 볼 때 유럽 각국의 경제여건은 천차만별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신인석연구원은 “경제여건이 다르면 서로 다른 경제정책과 통화정책이 요구되는데도 유러는 거꾸로 ‘통화주권’을 반납하는 조치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유러화 반대론자로 널리 알려진 장 피에르 슈베느망 프랑스내무장관은 “국가가 환율조절능력을 잃고 나면 경제에의 충격은 물론 사회적 긴장과 국제분쟁을 악화시킨다”며 “유러는 빙산을 향해 돌진하는 타이타닉호와 같다”고 비판한다.
영국 등 세 나라는 또 “유러는 EU가 추구하는 ‘자유화’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유화란 환율을 포함한 모든 가격을 인위적으로 고정하지 않고 시장기능에 맡긴다는 뜻이나 유러는 참가국의 환율을 완벽하게 고정하는 강력한 고정환율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밀턴 프리드먼 미 시카고대 교수는 “유럽의 진정한 경제통합은 자유변동환율제도 아래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들 세 나라는 유럽통합의 근거인 마스트리히트조약에 규정된 ‘유러 참여 자격조건’중 △환율 ‘장기금리’ 물가의 안정 △예산적자와 정부부채의 기준치이하 유지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허승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