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기획부의 개명(改名)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안기부도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산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관계자들은 단순한 ‘문패 바꿔 달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안기부에 대한 대다수 국민의 인식이 그동안 부정 일변도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61년 중앙정보부란 이름으로 창설된 안기부는 냉전의 와중에서 반공전선의 첨병으로 활약하기도 했지만 70년대 김대중(金大中) 납치사건과 박정희(朴正熙)대통령 시해사건에서 최근의 북풍공작에 이르기까지 국내정치 사찰과 공작에 깊이 개입해 왔다. 이 과정에서 안기부는 거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고 국민의 인권도 무시하거나 침해하기 일쑤였다.
안기부가 우리 정치사의 큰 물줄기가 바뀔 때마다 ‘개혁대상’으로 지목돼 숙정과 체질개선의 외환(外患)에 시달렸던 것도 이같은 궤도이탈 때문이었다. 안기부의 개명은 이처럼 되풀이되는 과오에서 벗어나자는 자기반성과 다짐의 표현이다.
안기부가 이번 개명에서 국가정보원의 영문표기를 ‘National Intelligence Service(NIS)’로 함으로써 현재의 이름 ‘National Security Planning Agency(NSPA)’의 ‘Agency(기관)’대신에 ‘Service(봉사)’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도 앞으로는 국민에게 정보를 서비스하겠다는 취지. 부훈(部訓)을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에서 ‘정보는 국력이다’로 바꾼 것도 ‘음지’라는 말에서 풍기는 음습한 이미지를 제거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안기부는 부 개칭을 계기로 개방화의 방향으로 변화의 고삐를 바싹 당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국내정치파트를 절반정도 축소하고 해외정보파트를 대폭 강화했다. 또 각종 정부부처 정당 사회단체 언론사 등에 파견됐던 조정관들도 ‘연락관’으로 대체, 개입이 아닌 통상적인 정보수집으로 그 활동범위를 국한시켰다. 대통령 1인에게만 보고하고 이내 사장(私藏)시켰던 각종 정보를 재가공, 연구기관이나 일반 기업체 등에 판매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안기부가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무엇보다도 정치개입 근절에 대한 부 구성원들의 의지가 안기부 변신여부를 판가름할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