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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편지]이명순/『남편이 못한 효도 제가 할게요』

입력 | 1998-04-26 20:24:00


어머님. 저를 항상 든든하게 지켜 주시는 어머님께 늘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벌써 11년이 흘렀군요. 당신의 아들이 세상을 떠나던 날이…. 그때 어머님이 통곡하며 하시던 말씀이 지금도 가슴을 아프게 때립니다. “내가 무슨 죄가 그리 많아 너를 먼저 보내야 하니. 내가 먼저 가야 하는데….”

제가 TV가요무대에 사연을 보냈을 때도 당신은 서럽게 흐르는 눈물을 애써 감추셨지요. 제가 10년전에 약속했지요. 아들이 못다한 효도 이 며느리가 대신 해 드린다고요. 좋은 옷에 맛있는 음식을 많이 사드린다고 효도하는 게 아니고 아들이 뿌린 씨앗을 잘 키우면 그게 바로 효도하는 것이라고요.

어머님. 살아오는 동안 때로 잘못한 점도 많았지요. 못마땅한 것도 많았을 거예요. 속상하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 어머님은 “손자들 대학가는 것을 보고 죽으면 원이 없겠다”고 늘 말씀하셨죠. 세월이 참으로 빨리 지나가 윤기가 군에 입대하고 진기는 대학에 갔어요.어머님께서 얼마나 좋아하고 기뻐하셨던지 진기가 입학하던 날 경로우대증으로 차비를 내고 대신 한푼 두푼 모은 20만원을 건네 주셨죠. 그 20만원은 2백만원 2천만원보다도 더 소중한 돈이었습니다.

어머님. 더욱 열심히 살아갈 게요.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아이들도 기대이상으로 잘 자라 주었어요. 물론 살아가기가 전보다 힘들고 장사도 잘 안돼요. 하지만 저만 그런 것이 아니고 모든 국민이 다 어려운 것 같아요.

어려운 역경이 닥치더라도 셋째 며느리 열심히 살아갈게요. 어머님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그래서 윤기와 진기 장가 들어서 아들 딸 낳고 잘사는 것을 꼭 보셔야죠.

이명순(경기 포천군 포천읍 선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