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기독교가 들어오고 훌쩍 한세기가 지났다. 낮은 데로 임하며 평등과 화합을 추구해온 1백여년의 역사였지만 아직도 교파(敎派)간의 갈등, 남녀간의 불평등을 넘어서지 못한 한국 교회.
그 장벽을 극복하려고 20년 넘게 노력해 온 한 여성이 있다. 이형자 기독교 횃불선교원장(54).
영국의 대표적 선교사 로리 루츠는 최근 ‘세계를 움직이는 기독 여성 12인’에 이원장을 선정했다. 한국 교회에서 여성의 역할과 지위가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것은 하나의 신선한 충격.
이원장에게 교파, 남녀, 빈부의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인간의 순수한 마음이 있을 뿐.
이원장이 교회운동에 뛰어든 것은 70년대 중반. 특히 78년 서울 한남동에 초교파적인 횃불선교원을 만들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올바른 기독교 신앙을 전할 수 있다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많은 단체들에 강연 집회 등의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과 세계 곳곳에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회를 돕는데도 앞장섰고 이러한 노력은 91년 서울 양재동 횃불선교센터 건립으로 이어졌다. 그밖에 선교방송 문화 체육활동 등을 통해 신앙을 뿌리내리려는 열망 역시 끊임이 없다.
그러나 이원장의 움직임은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였다. 그래서 의외일 정도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 그가 대기업 회장의 부인이라고 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한국 교회사의 여성 차별, 문화의 빈곤을 극복하기 위해 낮은 곳, 안보이는 곳에서 한길을 걷고 있는 이원장. 21세기 한국 교회의 나아갈 바를 몸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이광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