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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외국인, 공기업인수 「입질」시작

입력 | 1998-05-01 21:00:00


올 하반기부터 포항제철 한국중공업 담배인삼공사 한국통신 등 기업성(상업성)이 강한 4개 대형 공기업과 이들의 자회사 33개의 민영화를 위한 국내외 매각이 본격 추진된다.

그런 가운데 공기업 인수를 위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질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세계은행(IBRD)에 공기업 민영화와 민자유치사업에 대한 투자자문 및 사회기간시설(SOC)용 프로젝트론(사업별 차관)의 제공을 공식 요청했다.

▼매각대상 공기업〓기획예산위원회 박종구(朴鍾九)공공관리단장은 1일 “1백8개 공기업의 경영혁신방안을 소관 부처로부터 받아본 결과 포철 등 4개사가 기업성이 강해 당장 민영화가 가능한 공기업으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기획예산위는 민영화 가능 기업으로 분류된 4개 공기업에 대해 6월말까지 구체적 매각방법과 절차 등을 확정, 정부보유지분의 해외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산하 33개 자회사에 대해서도 자산 및 지분의 해외매각에 나서기로 했다.

박단장은 “부분적으로 민영화가 가능한 한국전력 등 13개 공기업에 대해서도 완전민영화가 가능한 기업을 선별할 방침”이라며 매각대상 공기업을 최대한 늘릴 계획임을 시사했다.

기획예산위는 앞으로 공청회와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1백8개 공기업의 민영화 및 통폐합 방안을 6월말까지 내놓기로 했다.

▼외국인 투자자 움직임〓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사의 미키 캔터 상임고문(전 미국무역대표부 대표)은 지난달 16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국전력 발전사업의 인수를 희망했다.

그는 “한전의 발전소 몇개를 외국기업에 매각하면 한전은 외국기업으로부터 지금보다 싼값에 전기를 공급받을 수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말버러 등으로 국내담배시장을 상당부분 점유하고 있는 미국 필립모리스사는 담배인삼공사의 유통부문을 탐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치방크 코리아의 마이클 헬베크부사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전 한국통신 가스공사 등 공공서비스분야와 포철 담배인삼공사 등 제조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또 스리람 아이어 IBRD 한국사무소장은 “구조개혁에는 상당한 비용이 필요한 만큼 한국정부는 한전이나 포철 등 수익성이 높은 공기업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과감하게 매각해야 한다”며 “금융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최소한 올연말까지는 우량 공기업을 팔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경제가 더 나빠지면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더 상승, 달러기준으로는 지금보다 훨씬 싼값에 우량 공기업을 매입할 수 있다고 보고 타이밍을 조절하는 기미도 나타낸다.

이와 관련, 진념(陳稔)기획예산위원장은 “우리로서는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아야 하므로 해외매각이 경제가 좀더 안정될 때까지로 다소 지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의 경우〓해외 매각방침이 결정된 제일 서울은행은 아주 싼값으로 내놓기 전에는 외국인들이 쉽게 덤벼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

업무이익률이 높은 외환은행만이 독일계 은행과의 합작이 추진되고 있지만 독일측이 신중하게 대처하고 있어 결론이 미뤄지고 있는 상태.

한편 외국인들은 하나 보람 등 중형이지만 많은 이익을 내는 은행들에 대한 투자에 관심을 보여 협상이 진척되고 있다.

▼IBRD 지원 요청〓진위원장은 이날 “공기업 민영화와 산업구조조정을 위한 기술적인 검토시스템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IBRD에 투자자문을 위한 기술검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세계은행은 늦어도 6월중순까지 공항 항만 전력 통신 등 주요기간사업분야의 전문가팀을 파견하기로 약속했다.

진위원장은 또 “IBRD가 이미 지원한 50억달러와 현재 협상에 걸려 있는 추가분 50억달러 이외에 주요공기업 민영화와 SOC 투자를 위한 프로젝트론의 가능성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임규진·백우진·송평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