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미니화제]PC대화방서 범죄고백…「증거능력」있나 없나

입력 | 1998-05-01 21:48:00


‘사이버공간에서 한 범죄자백은 증거능력을 갖는가, 아닌가.’ 사이버공간이 갖는 익명성에 취해 살인을 저질렀다고 고백한 한 남자가 구속된 뒤 미국에서 전자우편의 증거능력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노스다코타주에 사는 래리 프뢰스태트는 지난달 22일 음주벽을 가진 사람들의 인터넷 대화방 ‘모더레이션 매니지먼트’에 다음과 같은 전자우편을 보냈다.

“이혼한 아내와 딸의 양육권문제로 다투는데 지친 나는 그날 지독하게 취해 집에 불을 지르고 말았다. 딸의 비명소리가 두번 들려왔다…”

다섯살짜리 딸을 방화살인했다고 ‘자백’한 것이다. 이로 인해 3년전 단순화재사건으로 처리됐던 여자아이의 죽음에 대한 재조사가 시작됐고 결국 프뢰스태트는 경찰에 구속됐다.

그러나 그가 구속 직후 살인혐의를 부인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당연히 전자우편의 증거능력에 대한 논쟁이 뒤따랐다. 변호사는 프뢰스태트가 전자우편을 보낼 당시 우울증을 진정시키는 약물을 복용, 제정신이 아니었다며 자백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프뢰스태트가 전자우편은 물론 체포당시에도 자백을 했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대화방에서 프뢰스태트의 자백을 읽은 2백여명의 회원 중 3명만이 경찰에 신고한 사실도 문제가 되고 있다. 대다수 회원들은 그에게 “지난 일이니까 잊으라”거나 “정신과의사에게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하는 데 그쳤다는 것. 오히려 신고한 3명에게는 회원끼리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화방의 익명성을 파괴한 ‘배신자’라고 비난하는 전자우편이 쏟아졌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