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2m5의 이봉걸이 큰 키를 이용해 ‘기술 씨름의 대가’ 이만기를 꺾고 천하장사가 된 적이 있었다.
이후 이만기가 다시 이봉걸을 거꾸러뜨리자 관중은 더욱 열광했다.
세상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요즘 모래판에서 2m17의 골리앗 김영현(22·LG증권)이 위세를 떨치고있다.
김영현은 몸무게가 1백60㎏대로 올들어 23승2패(승률 0.920)를 올리며 독주하고 있다.
결국 올 국내 모래판 최대의 화두는 김영현을 누가 제압하느냐는 것.
이만기를 키운 황경수 동성건설 감독은 조심스럽게 염원준(22·동성)과 황규연(23·현대)을 꼽는다.
황감독은 두 선수가 △유연성이 뛰어난데다 임기응변에 능하고 △단기전보다 장기전에 능하기 때문에 체력전에 약한 김영현을 맞상대할 수 있다는 것.
지난해 올스타전 장사인 황규연은 이만기의 인제대 제자. 95년 당시 최고의 계약금인 3억5천만원을 받아 그의 진가를 엿보게 했다. 황규연의 장기는 장기전에 뛰어나고 안다리와 잡치기 등 기술이 다양하다는 점.
96신인왕 염원준은 운동신경이 뛰어나다. 고교때 늦게 샅바를 잡았지만 대기만성형이라는 평가. 샅바를 놓고 하는 씨름에는 그를 당할 자가 없다. 배지기와 밀어치기도 능하다.
황감독은 “이들 정도면 김영현의 밀어치기를 피하고 앞무릎치기와 잡치기, 안다리 등으로 공격하면 승산이 있다”며 “큰 키를 의식하지 말고 자신감있게 경기에 나서는 자세가 승리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일부터는 여수에서 지역장사대회가 열린다.
〈김호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