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물막이
‘예고된 비’77㎜에도 서울 지하철이 멈췄다.
2일 오전 발생한 서울 지하철 침수사고는 기상청의 호우특보에도 불구하고 침수 가능성을 무시한 채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않아 일어난 인재(人災)였다.
▼ 사고 발생 ▼
2일 오전 서울 노원구 공릉동 지하철 7호선 태릉입구역이 밤새 내린 빗물에 잠겨 오전 7시39분부터 건대입구∼도봉산역 구간 양방향 전동차 운행이 전면 중단돼 큰 교통혼잡을 빚었다. 이 노선은 3일 오후3시에나 정상운행될 예정이다.
물은 태릉입구역 승강장이 있는 지하 4층뿐만 아니라 표를 끊는 지하 1층 대합실까지 차오르고 인접역으로 번져 7호선 하계 공릉 먹골 중화 상봉 면목 사가정 등 모두 11개역이 물에 잠겼다.
또 지하철 2호선 승강장과 대합실에도 인근 지하철 공사장에서 빗물이 흘러들어 이날 오전5시42분부터 1시간 동안 홍대입구역에서 합정역 방향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다.
▼ 사고 원인과 문제점 ▼
물에 잠긴 태릉입구역은 중랑천 지하를 지나는 지하철 6호선과 7호선의 환승역 공사가 진행되는 곳. 중랑천 물이 터널내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6,7m 높이로 쌓아놓은 흙 제방이 상류쪽에 내린 집중호우로 중랑천 수위가 높아지면서 터져 7호선 태릉입구역 승강장으로 밀려들었다.
2호선 합정역도 인근 6호선 환승역과 연계하는 공사장에서 빗물이 1m 높이의 물막이벽을 넘어 들어와 침수됐다.
집중호우와 제구실을 못하게 설계된 물막이벽이 침수사고를 일으킨 주요 원인인 셈.
그러나 전날인 1일 오전5시 기상청이 서울 경기지방에 최고 80㎜의 집중호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하고 2일 오전4시 다시 호우주의보를 발령했음에도 서울시는 야간순찰을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태릉입구역쪽 제방이 무너지기 1시간 전에 맞은편 제방에서 이미 중랑천물로 넘치고 있어 지하철역 침수를 막을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손을 쓰지 않았다.
중랑천이 적은 비에도 쉽게 수위가 높아지는 취약점이 있음에도 제방을 주변 도로와 같은 높이로 낮게 설계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 복구 작업 ▼
서울시는 사고현장에 긴급 복구반을 투입해 배수펌프로 지하철내 물을 퍼내는 한편 역 바깥쪽 동부간선도로에 둑을 쌓아 빗물유입을 막는 등 철야작업을 벌였다.
▼ 폭우 피해 ▼
2일 오전 전국 대부분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폭우와 강풍으로 부산 목포 등 6개공항의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는 등 비 피해가 잇따랐다.
강원 철원군에서는 오전 5시경 갈말읍 문혜교와 서면 신술교 건설현장 옆의 임시도로가 불어난 물 때문에 각각 10여m씩 휩쓸려 내려가 이 일대 95가구 2백60여명이 고립돼 주민과 군부대가 중장비를 동원해 복구에 나섰다. 이날 오전 5시부터 전해상에 폭풍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동해중부 해상에는 어선 3천여척이 항구에 발이 묶이는 등 전국적으로 8만7천여척의 어선이 조업을 하지 못했다.
〈이진영·하태원·하정봉기자·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