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개발제한구역 재조정 정책은 그린벨트가 국토이용 정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구역 재조정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선행되지 않은 채 너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정부여당이 주장하고 있는 ‘환경적으로 불필요한 지역은 해제하고 비해제지역은 매입한다’는 방침은 그린벨트의 지정목적중 환경보전 측면만을 강조하고 다른 지정목적과 기능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다.
그린벨트 제도는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 방지와 환경보전, 국가안보라는 3대 목적으로 1971년 도입되었는데 지금에 와서도 수도권을 포함한 대도시의 경우 도시확산 방지와 환경보전의 기능은 여전히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만약 정부여당의 주장처럼 녹지만 묶고 나머지를 해제한다면 해제지역의 급속한 개발과 이로 인한 인구의 대량유입 현상이 필연적으로 따를 것이며 이는 환경 교통 주택문제 등 지금도 심각한 수도권 지역 등의 도시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상수원 보호구역, 군사시설 보호구역, 국립공원지역 등 우리 국토의 15%를 차지하는 다른 토지이용규제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이들 지역주민의 민원에 대한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개발제한구역 재조정은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자극할 것이다.
물론 27년간 재산권 행사와 기본적인 삶의 질을 보장받지 못한 그린벨트지역 주민들에 대한 지원과 보상을 위한 제도 개선은 마땅히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공적 지원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며 그린벨트에 의해서 혜택받고 있는 도시인들도 일정하게 책임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지금 정부여당은 국토이용 정책에 대한 기본 철학과 그린벨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부재한 상태에서 소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매우 독선적이고 비공개적인 방식으로 정책을 결정해 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지역주민 전문가 환경단체들이 포함되는 가칭 ‘그린벨트제도개선협의회’를 결성,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그린벨트 제도개선안과 관리 운영계획을 마련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
서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