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걸 깨닫는데 만 7년이 걸린 셈이죠.”
서울가정법원의 한 관계자는 네살 때 입양됐다가 7년만에 친부모에게 돌아간 이모군(11)의 애달픈 사연을 소개한 뒤 이렇게 말했다.
91년 어느날. 이군은 고모의 손에 이끌려 서울 강북의 한 입양기관에 맡겨졌다.
“엄마는 없고 아빠는 키울 형편이 못돼서요.”
이군의 고모는 원장에게 몇번이나 머리를 조아린 뒤 사라졌다. 네살배기 이군은 영문도 모른 채 눈만 멀뚱거렸다.
몇달 후 이군은 한 중년부부의 가정에 입양됐다. 아들이 없던 이들 부부는 이군을 호적에 올리고 정성껏 키웠다.
그러나 양부모의 사랑만으로는 부족했던지 이군은 친부모에 대한 그리움으로 남몰래 애를 태웠다.
이군의 친부모와 친형에 대한 그리움은 도벽(盜癖)으로 변질돼 나타났다. 양부모의 돈을 슬쩍하는 것은 예사이고 집에 온 손님의 지갑에도 손을 댔다.
‘보다 많은 사랑과 관심을 베풀면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군 양부모의 믿음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혈육의 정(情)이 정말 이토록 대단한 것이었던가.’
결국 지난해 말 이군의 양부모는 이군을 데려간 입양원에 전화를 걸어 “친부모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이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이군의 친아버지와 고모는 “오랫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며 양부모에게 양해를 구하고 최근 이군을 다시 데려갔다.
이군의 양부모는 이군을 호적에서 지우기 위해 “이군이 친생자가 아님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가정법원에 내야 했다.
한 가정법원 판사의 고언(苦言).
“부모가 아이를 버린다고 해서 아이마저 부모를 버리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경제난 때문에 자식 양육을 포기했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부모가 더이상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부형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