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6월초 미국방문을 앞두고 대북(對北)경수로 분담금 문제에 대한 당사국들간의 의견조율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잖아도 한국이 미리 내놓은 기초공사비 4천2백만달러가 8월말이면 바닥나 분담금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경수로건설 총공사비는 환율상승으로 당초 약 52억달러에서 45억달러 수준으로 재조정되는 모양이다. 전체비용의 70%를 대기로 한 한국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다소 줄어들었다. 10억달러를 제공하기로 한 일본은 약 20%를 책임지는 셈이 됐다. 그러나 나머지 분담금 10%가 문제다. 의당 그 10%를 다 떠맡아야 할 미국은 겨우 1% 조금 넘는 상징적 액수만 ‘안전관리비용’명목으로 내겠다는 말만 비치고 있다.
북한에 중유를 제공하기 때문에 경수로비용은 한푼도 낼 수 없다던 미국이 그 정도나마 책임진다고 한 것은 일단 태도변화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처음부터 경수로 건설을 주도했던 나라는 미국이다. 더구나 미국은 한반도 안보에 중요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고 지금 재정 사정도 금융위기를 맞고 있는 아시아국가들과는 달리 어느 때보다 여유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미국이 1% 조금 넘는 분담금으로 응분의 책임을 다했다고 손턴다면 온당한 처사라 할 수 없다.
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대북 중유비용을 한국도 함께 분담해야 한다는 미국측 주장이다. 야당인 공화당의 반대로 중유공급예산을 제대로 따내지 못하는 클린턴행정부의 어려운 사정을 모르는바 아니다. 그동안 예산이 조달되지 않아 다른 우방의 도움을 받거나 외상까지 내가며 북한에 중유를 공급했다고 한다. 그러나 중유공급은 북한의 핵안전협정이행 대가로 미국스스로가북한에한 약속이다. 그 약속을 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하기보다 우방에 떠넘기려 한다면 미국답지 못하다.
중유비를 분담할 수 없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당연하다. 중유제공 약속이행의 근본적인 책임이 미국에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는 지금 도울 형편이 못된다. 미국의 경수로 분담금도 그렇다. 명목상의 몫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그들의 안보 이해관계에 걸맞은 적절한 액수를 제시해야 한다.
김대통령의 성공적인 방미(訪美)를 위해서는 한미간의 이러한 ‘돈문제’가 사전에 원만히 해결되는 것이 물론 좋다. 그러나 양국간 미묘한 외교현안이라고 해서 방미전에 빨리 해결해야겠다는 조급함이 앞선다면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 미국이 경수로 분담금에 대한 적절한 규모의 명시적인 보장을 하도록 정부는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