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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탠더드 시대 ⑪/문화개방]日만화영화 맹위

입력 | 1998-05-06 07:33:00


‘밀림의 왕자 레오’ ‘마징가 제트’ ‘캔디’…. 30대 직장인들의 머리속에 깊이 남아있는 어린시절의 영웅. 그들은 모두 일제(日製)다.

일본 애니메이션(만화영화) 1호는 도쿄올림픽 1년 전인 63년 TV를 통해 방영되기 시작한 ‘철완(무쇠팔) 아톰’. 일본 만화의 ‘신’으로 불리는 데쓰카 오사무(手塚治蟲)의 야심작이다. ‘사파이어 왕자’ ‘밀림의 왕자 레오’ 등을 속속 히트시킨 데쓰카는 일본 애니메이션산업을 일궈냈다.

오늘날 전세계에서 방영되고있는 TV 애니메이션 중 65%는 일본에서 제작됐다. 전세계 어린이 세 명 중 두 명은 일본문화의 세례를 받는 셈이다.

90년대 이후 세계언론은 “저패니메이션(Japanimation·일본+애니메이션)의 파상공세가 시작됐다”며 우려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슈퍼 마리오’ 등의 캐릭터는 비디오게임기와 만화영화를 넘나들며 황금을 긁어모으는 ‘슈퍼 캐릭터’로 등장했다. 영화관에서도 저패니메이션의 위세는 폭발적이다. TV만화 ‘드래곤 볼’은 95년 극장용으로 제작돼 프랑스에서만50만명이관람했다.작년 개봉된 ‘모노노케 공주’는 디즈니사가 전세계 배포를 맡아 놀라움을 안겨줬다.

우리나라에서 일본 극장영화가 금단의 영역이었던 것과 달리 일본 애니메이션은 67년 ‘황금박쥐’를 시초로 30년이 넘도록 어린이들의 의식세계를 지배해왔다. 방송사는 인물 이름만 한국이름으로 바꾸고 배경에 이따금 등장하는 일어글자를 지우는 식으로 손쉽게 국적을 숨겨왔다.

출판만화 시장에서도 일본만화는 토종만화에 위협적 존재가 되고 있다. 작년 8월 단속 결과를 토대로 검찰은 우리나라에서 매달 1백만권에 달하는 일본만화 불법복제물이 유통중인 것으로 추산했다.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