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우리나라 영어교육 개선책의 일환으로 원어민 교사(Native Speaker) 초빙 프로그램을 96년6월부터 실시했다. 그때부터 1천여명의 외국인 교사가 각 시도교육청에 배치돼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게 된 것이다. 그러나 98년 중반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프로그램은 급격히 축소돼 겨우 3백명 정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이같은 축소결정이 단순히 국제통화기금(IMF)의 결과라고만은 볼 수 없다. 일부 보수적 관료의 반발, 소수 부적격한 원어민 교사에 대한 과민 반응, 그리고 상이한 문화배경을 가진 외국인 교사에 대한 이해부족 등 여러 요소가 축소 결정에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겨우 뿌리를 내리려는 이 시책이 일부의 부정적 보도나 편견에 의해 축소, 나아가 말소된다면 영어교육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프로그램을 실시하게 된 동기는 오랜 영어교육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학생들이 외국인과 간단한 대화조차 못한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그 이유는 물론 우리나라 교사의 영어구사 능력 부족으로 독해와 문법 중심의 수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원어민 영어교사들은 교과서를 벗어나 흥미있고 실생활에 연관된 생동감 있는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 대다수 학교와 학생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물론 모든 원어민 교사가 이러한 수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1천여명의 교사중 불만족스러운 경우가 생기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더구나 이 교사들은 40∼5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주1회 혹은 2주 1회의 수업을 하고 있다. 외국 회화 수업을 정상적으로 하려면 학생수 20명 이하에 주 5, 6회는 집중 교육을 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악조건에도 원어민 교사들은 85%이상이 우수한 교사로 평가되고 있다.
새로운 정책이나 개혁의 도입에는 부정적 의견이 따르게 마련이다.외국어 교육에서는 그 나라 말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교사가 수업을 하는 것이 정도(正道)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원어민 초청 프로그램은 계속돼야 하며 적어도 한 학교에 1명 정도는 배치되도록 지원돼야 할 것이다.
김종율(서울시교육청 자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