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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창]김문영/인도 빈부세습 「뿌리」 흔들린다

입력 | 1998-05-06 07:33:00


세계의 모든 인종을 볼 수 있다는 인도. 힌두 이슬람 시크 등 많은 종교와 3만에 달한다는 인도의 신(神). 뉴델리가 섭씨 48도를 오르내릴 때 불과 2백∼3백㎞ 떨어진 북쪽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는 인도의 날씨. 어떤 이들은 이런 인도의 모습을 ‘다양성속의 조화’라고 말한다. 그러나 전통적 카스트제도와 연관된 빈부격차를 보면 마음이 혼란스러워진다.

내가 알고 있는 어느 40대 여인은 딸 셋을 두고 있는데 몇해전 사별한 남편이 물려준 재산으로 최상층은 못돼도 부자들 축에는 드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가족을 통해 인도 부유층의 생활을 보자. 맏딸은 지난해 사업가 집안의 자제와 결혼했는데 결혼식 비용, 지참금, 사위에게 마련해준 집과 자동차 등에 모두 10만달러(약 1억3천5백만원)가 들었다.나머지 두딸을 포함해 안주인의 주요 일과는 아침 늦게 일어나 하인이 차려준 식사를 하고 공원을 산책하거나 운전사가 모는 차로 쇼핑을 하는 것이다. 선선해진 저녁에는 친구집을 방문하거나 친구들을 초청, 밤늦게까지 파티를 즐긴 뒤 문지기가 지켜주는 집에서 편안한 잠을 잔다. 하루종일 물 한방울 손에 묻히지 않는 안락한 생활이다.그 반대편에 있는 것이 뉴델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거지다. 두세살 정도의 아이를 안은 여인네나 신체부자유자가 대부분인데 그 수가 너무 많다. 이들 빈민이나 거지의 집을 보면 과연 저것이 사람 사는 집인가 의심스럽다. 그나마 뉴델리는 겨울이 있어서 1년 내내 노숙이 가능한 뭄바이나 첸나이보다는 거지가 훨씬 적은 편이라고 한다.

“그 사람이 왜 부자인가” 하는 질문에 “그 부모가 부자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자연스럽고 그 사람의 성(姓)이나 옷으로 사회적 지위 및 부의 정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인도. 그러나 이런 뿌리깊은 빈부세습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의무교육의 확대, 대학 입학이나 공무원 임용시 천민에 대한 쿼터설정 등 하층민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때문이다. 91년 경제개발이후에는 돈과 사회적 지위를 얻는데 가문보다 개인의 능력이 더 중요해진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김문종(KOTRA 뉴델리 무역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