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책임론을 둘러싸고 여러 의문점들이 불거지면서 이를 바라보는 관련 당사자들의 주장도 서로 엇갈리고 있다.
▼김용태(金瑢泰)전청와대비서실장〓지난해 11월19일 임창열(林昌烈)전부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왜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간다는 사실을 발표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는 내용은 모르는 일이다.다만 다음날인 20일 김영섭(金永燮)경제수석으로부터 “(IMF로 갈 필요가 없다는 임전부총리의 발언때문에)난리가 났다”며 “오늘 방한하는 스탠리 피셔 IMF수석부총재에게 ‘IMF로 간다’고 말하도록 임전부총리에게 얘기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래서 임전부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그같이 말하자 “알겠다”고 했다.
▼강경식(姜慶植)전경제부총리〓11월7일 경제수석이 주재한 청와대 대책회의에서 IMF지원의 필요성이 처음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11월9일 대책회의에서 “창피하게 IMF에 가느냐. 내 재임중에는 안간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 11월10일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에게 “IMF지원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했다.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했다. 11월19일 취임한 임전경제부총리에게 직접 업무를 인수인계하지 않았다. 임전부총리가 IMF지원방침을 기자회견에서 번복해 위기가 더 악화됐다.
▼김인호(金仁浩)전청와대경제수석〓10월말 이후 외환상황을 하루에도 5,6차례씩 수시로 보고했지만 대통령이 내용을 소화했는지는 알 수 없다. 11월7일 대책회의에서 IMF지원을 검토했으며 8일 김전대통령에게 보고했다. 11일 김전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IMF지원 추진상황을 물어 “강전부총리가 최종 결정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11월17일 경제수석실로 찾아온 임전부총리에게 14일 김전대통령이 IMF지원을 재가한 점 등 모든 진행상황을 알려줬다.
▼홍재형(洪在馨)전경제부총리〓11월9일 윤진식(尹鎭植)전청와대조세금융비서관으로부터 “국가부도위기상황으로 악화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10일 전화로 김전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김전대통령이 “그렇게 심각하냐”고 반문하며 깜짝 놀라 외환사정의 심각성을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느꼈다.
▼이경식(李經植)전한국은행총재〓10월28일 강전부총리가 주재한 회의에서 IMF지원의 필요성을 건의했으나 옛 재정경제원측은 외환위기가 오면 건의하자는 식이었다. 11월7일 김전수석이 주재한 회의에서도 IMF지원을 요청했으나 옛 재경원측은 외화자금 확보방안을 주장하고 김전수석은 일본 중앙은행으로 부터 차입을 제시했다. 10일 김전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심각성을 문의해 “IMF밖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동관·하준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