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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換亂답변서 파문]핵심 아닌 「네탓공방」에 당혹

입력 | 1998-05-06 19:43:00


임창열(林昌烈) 전경제부총리의 ‘환란(換亂)책임론’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에 대해 감사원과 검찰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사안의 본류(本流)가 아닌 곁가지를 놓고 ‘네탓 공방’으로 확산되면서 감사와 수사책임을 맡은 두 기관도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임창열 책임론’ 공방을 지켜보는 감사원과 검찰의 시각은 매우 냉소적이다. 공방자체가 정치권의 ‘흠잡기’수준일 뿐 감사나 수사의 방향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특히 검찰은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측이 서면답변서를 언론에 흘리는 등 정치공방으로 몰고가는 것 같다며 불쾌감을 보이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검찰수사를 정치공방의 소재로 몰고가 ‘발목잡기’를 시도하는 듯한 의도가 있지않느냐는 것이다.

검찰이 밝힌 외환위기 수사의 핵심은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을 신청하기까지의 경제운용과정에서 정책의 실패여부와 이에 따른 책임을 규명하는 것. 환란이 오기까지 경제정책을 책임졌던 김전대통령과 강경식(姜慶植)전부총리 김인호(金仁浩)전경제수석 등 핵심관계자의 책임소재 규명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정책책임자가 김전대통령에게 환란상황을 ‘제대로’ 보고했는지, 보고지연이나 누락으로 대처기회를 놓친것은 아닌지 가리는 게 중요하지 IMF행을 며칠 늦추고 앞당기는 것이 핵심은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IMF로 간다’는 최종 결정단계에서 임전부총리가 보인 태도에 일부 문제가 있다는 점을 검찰이나 감사원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IMF협상이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고 취임당일 회견에서 부인했다 해도 ‘말바꾸기’라는 도덕적 시비의 대상은 되지만 ‘고의적 직무유기’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임전부총리가 지난해 11월19일 임명후 IMF행 최종방침을 제대로 인수인계 받지않은 것은 분명하다는 게 감사원과 검찰의 결론. 이날 오전 김전대통령 강전부총리 등 4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오후5시 기자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발표한다’는 결정을 했으나 이런 사실을 신임부총리에게 전달 않은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전부총리 스스로도 “인수인계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다른 사람들도 ‘IMF로 간다’는 얘기만 했을 뿐 회의결과를 명확히 전달해줬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임전부총리가 최종 발표방침을 인수인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비록 IMF협상이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더라도 ‘IMF행’이라는 중대사안을 독자적으로 발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이와 관련,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이런 중차대한 결정을 한 직후에 경제사령탑을 교체한 김전대통령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어쨌든 이런 점을 종합해볼 때 검찰수사도 감사원의 결론과 마찬가지로 정치권의 책임공방과는 무관하게 임전부총리에 대해서는 환란책임자 사법처리대상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준우·이철희기자〉

▼ IMF 구제금융결정 당시일지 ▼

△97년11월10일〓김영삼대통령, 강경식경제부총리에게 IMF지원금융문제 검토 지시.

△11월16일〓캉드쉬 IMF총재 극비방한, 강부총리 이한은총재와 IMF지원문제 협의, 지원규모 3백억달러로 합의

△11월19일〓김대통령, 청와대 대책회의에서 IMF구제금융요청방침 발표키로 결정. 강부총리와 김인호경제수석을 경질하고 후임으로 임부총리와 김영섭경제수석 임명. 오후5시 임부총리, 취임기자회견

△11월20일〓임부총리, 방한중인 피셔 IMF부총재와 가이드너 미재무부차관보 면담

△11월21일〓임부총리, IMF구제금융요청방침 공식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