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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紙上 배심원평결]여직원과 농담하는 남편

입력 | 1998-05-06 19:56:00


▼ 남편 ▼

손종수(31·㈜진도 피혁사업팀)

결혼했다고 해서 총각시절의 모습에서 꼭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 할까요.

여직원들과 커피를 마시며 농담을 나누는 습관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사내결혼 탓에 농담하는 장면이 아내의 눈에 자주 띈다는 점이 다른 사람과의 차이일 뿐이지요. 여직원이 많은 직장이고 제가 하는 일이 이들과 관계가 있는 만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직장생활을 하면서 적절한 농담이 윤활제가 된다는 것이 평소의 소신이기도 합니다. 정말 ‘총각행세’를 하고 싶다면 눈에 띄는 곳에서 그렇게 하겠습니까.

회식문제도 그렇지요. 결혼했다고 해서 총각 때보다 일찍 회식 자리에서 ‘도망’하는 것은 직장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요. 또 직장동료나 상사가 ‘아내의 존재’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다보니 오히려 더 짓궂게 붙잡기도 하고요. 이럴 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게 쉽지도 않고 꼭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어차피 신뢰의 문제 아닐까요. 결혼반지에 대한 생각은 오해입니다. 단지 익숙지 않아서지요. 술을 마신 다음날은 꼭 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내 ▼

김선미(㈜진도 머천다이저)

저보다 6개월 늦게 입사한 종수씨가 94년 같은 부서에 배치되면서 만나 ‘사내 비밀연애’ 끝에 96년 10월 결혼했어요.

결혼 뒤에는 빌딩은 같지만 저는 4층, 종수씨는 3층의 다른 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사무실이 가깝다보니 하루에 4,5차례씩 스치게 됩니다. 그럴 때 서로 가볍게 목례만 나누는 것이 ‘묵계’가 됐죠.

그런데 상당히 자주 휴게실이나 복도에서 여직원들과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진한’ 농담을 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더라고요.

종수씨가 만나는 사람들은 백화점 숍마스터, 디자이너 등 대부분 젊은 여성들이거든요.

결혼전에는 저도 성격이 좋기로 유명했지만 결혼후에는 종수씨를 의식해 사내 처신에 신경을 쓰거든요. 그런데 종수씨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회식만 해도 그렇죠. 회식이 있더라도 자정을 넘기지 않으려고 애쓰는 저에 비해 종수씨는 결혼전보다 오히려 더 악착같이 ‘3차’까지 자리를 지키는 거 있죠.

가끔은 ‘답답하다’며 끼지 않는 결혼반지를 보며 총각시절을 연장하고 싶어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니까요. 결혼은 결혼, 변할 것은 변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