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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여운/어려운 때일수록 文藝 육성을

입력 | 1998-05-07 08:02:00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다. 배가 고프면 아무리 아름다운 경치라도 구경하고 싶은 생각이 없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말이다. 여기서 금강산을 문화로, 식(食)을 경제로 비유해 보면 문화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을 잘 나타내는 것 같아 몹시 우울해진다.

IMF한파가 불어닥치면서 우리 사회가 급속도로 삭막해져 가는 것을 온몸으로 느낀다.

동료나 선후배의 미술전람회가 열리는 종로 인사동에 가면 평생 화랑 사업을 해온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이들은 한결같이 “YS정권부터 시작된 불황이 5년을 넘어 미술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사라져 버렸다”거나 “빚을 내서 버티고 있는데 현 정권은 이런 사정을 알고 희망적인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인가”하는 등등의 말을 한다. 그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또 기업들은 문화사업 문화투자를 줄이거나 없애려 하고 있다. 기업들이 만들었던 문화재단 박물관 미술관 등의 운영이 위축되고 마비되는 경우가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문화 예산부터 삭감하려 든다. 정부 전체 예산중 문화 분야는 0.63%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렇게 문화가 거품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문화란 배부른 뒤에도 물론 필요한 것이지만 배부르기 전에 더 필요하고 배부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문화는 곧 민족의 정신이자 혼(魂)이다.

1930년대 대공황기의 미국을 상기해보자.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 추진된 뉴딜정책은 당시로서는 경제 사회의 엄청난 개혁정책이었으며 아울러 ‘소외 계층을 위한 새로운 처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기간 중 추진된 연방예술진흥계획은 문화 예술에 대한 대중의 갈증과 많은 예술가들의 궁핍을 해결하는데 큰 몫을 했다.

예술의 민주화 대중화가 진전되고 예술가들의 재능이 발휘되었으며 어려운 때일수록 문화 예술을 보호 육성해야 한다는 모범을 보여주었다.

문화는 나무의 뿌리와도 같다. 사람과 사회와 나라를 지탱시켜 주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이 뿌리가 더 깊고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물과 거름을 주는 일을 등한히 해서는 안된다.

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