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5대 그룹 18개 계열사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직권조사 착수는 새 정부가 추진해온 재벌개혁이 구체적인 액션프로그램에 들어간 것을 뜻한다.
이번 조사는 대규모 기업집단(재벌그룹) 계열사간 부당 지원행위를 차단해 한계기업을 퇴출시키고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것.내부거래는 자원을 부실기업으로 흐르게 해 재벌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재벌개혁의 걸림돌이 되어 왔다.
따라서 당장은 기업의 고통이 크겠지만 조속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돼 왔다.
▼재벌에 미칠 파장〓자금 자산 등 광범위한 범위에서 부당 내부거래를 밝히는 최초의 대대적 조사여서 기업에 미칠 파장이 상당히 클 전망이다.
조사대상에 현대 삼성 대우 LG SK 등 5대 그룹의 금융회사를 하나씩 포함시킨 것은 그동안 좋은 조건으로 계열사를 지원해온 자금줄을 추적, 부당 내부거래를 밝혀내 차단하기 위한 것.
공정위는 특히 삼성자동차의 경우 삼성생명이 자금을, 삼성전관이 인력을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혐의’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조사결과에 따라서는 삼성이 자동차사업에서 손을 떼지 않을 수 없는 상황까지 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게 업계 일각의 관측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재벌 총수가 2세에게 사전상속 또는 증여를 하면서 유가증권 차액을 다른 계열사에 부당하게 유입시켰는지도 면밀하게 살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상당수 기업이 수백억∼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게 되면 앞으로 부당 지원행위가 많이 차단되고 재벌그룹내의 적지않은 한계기업들이 퇴출의 운명을 맞을 전망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과징금을 맞게 되면 사실상 부당 지원은 힘들어져 재벌해체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조사과정에서 부당 지원행위를 밝혀낼 지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부당 내부거래의 기준〓지난해 7월 제정된 ‘부당한 자금 자산 인력 지원행위의 심사지침’에 따르면 계열사간 자금 자산 인력 지원을 통해 연간 1억원 이상의 금전적 이익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부당 내부거래 여부에 대한 중점심사를 받게 된다.
특히 금전적 이익 제공규모가 연간 10억원을 넘을 경우에는 사실상 부당 내부거래로 간주된다.
이에 대해 재계는 “계열사간의 일상적 거래만으로도 공정위가 설정한 기준을 초과하게 마련이다. 30대 그룹의 대부분이 부당 내부거래행위로 제재받는 결과가 빚어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내부거래 실태〓공정위는 30대 그룹의 내부거래 규모를 처음 공개했다. 하루에만 4조7천억원의 자금 내부거래가 이뤄졌고 자산은 연간 33조4천3백억원이 내부거래된 것으로 밝혀졌다. 2월말 기준의 상호지급보증액 33조5천억원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자금거래는 진로가 하루 1조4백32억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 SK 삼성 한솔 등의 순이었다. 자산거래는 대우가 연간 12조5천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 삼성 LG 동양 순.
〈박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