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 간부들에게 돈을 얼마나 주었죠? 향응은 어디서 베풀었죠? 부하들이 모두 불었으니 거짓말할 생각은 하지 마시오.”
7일 밤 대검 중수부 11층 조사실 앞.
세번째 소환돼 조사받을 차례를 기다리던 종금사 전임원 김모씨(55)는 한숨을 내쉬었다.
“재경원 관리들의 개인비리를 캐기 위한 검찰의 판에 박힌 질문이 이젠 지겨워요.”
그는 종금사들이 불법으로 기업어음(CP)을 발행하고 재경원 관리들에게 ‘떡값’을 주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명절이나 재경원 체육행사 때 ‘떡값’이나 ‘찬조금’을 조금씩 주는 것은 관행처럼 돼 있었어요.”
그는 그러나 “잘나가는 고시출신 관료들은 출세 때문인지 기업에서 주는 돈을 절대 받으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종금사들이 로비를 통해 인허가를 받았고 로비로 영업을 확장하고 무분별하게 단기외채를 들여와 환란을 초래했다는 검찰의 가설은 틀린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
그는 “종금사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정한 환란수사가 되기 위해서는 관리들의 고질적인 ‘직무유기’가 철저히 파헤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종금사들이 인가될 때나 불법영업을 할 때 관리들은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진실을 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사무실에서 우리가 만들어간 엉터리 서류만 보고 모든 걸 판단했죠.”
그는 지금도 관리들의 이런 무사안일한 태도와 탁상행정이 국가를 파탄지경으로 내몬 환란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감사원과 검찰이 환란수사를 한다고 해서 내심 기뻐했지만 모두 ‘떡값’에만 관심이 있고 한심한 관리들에 대해서는 질문조차 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철문이 열리자 김씨는 검사의 ‘판에 박힌’ 질문에 답하기 위해 조사실로 들어갔다.
〈신석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