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최근의 환란 공방에서 먼저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회의 등 여권이 김전대통령의 검찰답변서 내용을 놓고 연일 파상공세를 펴고 있는 가운데 김전대통령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화해의 밀사’를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8일 “김전대통령측에서 메신저가 왔다”면서 “누구라고 밝힐 수는 없지만 청와대나 국민회의쪽으로 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메신저는 검찰답변서 내용에 대한 김전대통령의 해명과 함께 화해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메신저는 김전대통령의 답변서 작성에 관여한 민주계 인사로 평소 친분이 두터운 정부쪽 김대통령의 측근 인사를 만났다는 설이 유력하다.
김전대통령이 이처럼 신속하게 현정권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낸 것은 현재 여권의 강경기류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회의가 김전대통령의 경제청문회 출석 등 압박작전을 펴고 있는 것도 부담이 되지만 무엇보다도 김대통령의 입장이 워낙 강경하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7일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 총재권한대행의 주례보고에서 김전대통령의 경제청문회출석에 ‘묵시적 동의’하는 등 상당히 불쾌한 심기를 표출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김전대통령으로서는 환란책임에 대한 검찰답변서 내용에 대해 무작정 침묵으로 일관할 경우 자칫 현정권과 정면대결 양상으로 치닫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올 것을 우려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관련,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도 “지난해 대선이후 김대통령과 김전대통령이 그런대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최근의 환란책임문제로 이런 밀월에 금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당시 김영삼대통령과 김대중후보는 서로가 필요한 사이였다.
김후보는 선거에서 김대통령의 도움이 필요했고 김대통령은 퇴임후의 보장을 받아야 했다.
이에따라 김대통령측의 K씨와 김후보측의 L씨간의 비밀라인이 가동됐다. 우여곡절끝에 양측이 합의한 내용은 △선거에 용공음해를 이용하지 않는다 △안기부 검찰 경찰 등을 이용한 관권선거를 치르지 않는다 △지역감정을 조장하지 않는다 △신한국당 이회창후보캠프에 돈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등 6개항이었다. 물론 김후보측도 이에대한 반대급부로 김대통령의 사후보장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전대통령의 화해제스처로 환란책임문제에서 비롯된 신구정권간의 갈등은 조만간 김전대통령의 해명을 거치면서 소강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양기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