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8일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환란(換亂)답변서’로 인해 빚어진 환란책임 공방전을 계속했다.
○…국민회의는 이날 선거대책위집행위원회 회의를 열어 환란의 책임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경제파탄진상조사위’(위원장 장영달·張永達의원)를 구성하고 김전대통령에게 10개항의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
국민회의는 질의서에서 “귀하의 답변서가 정치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면서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전임대통령이 감옥에 가는 불행한 역사를 갖고 있으며 우리는 그런 사태가 다시 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김전대통령의 신중한 처신을 간접적으로 주문했다.
질의서는 특히 “귀하의 허위진술이 한나라당 손학규(孫鶴圭)경기지사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짜여진 각본의 일환이라면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질의서는 이어 △집권기간의 경제정책성과 △외환위기 심각성보고를 여러차례 묵살한 이유 △임창열(林昌烈)전경제부총리에 대한 IMF준비지시의 진위여부 △경제청문회출석 및 임전부총리와의 대질신문용의 여부 등을 물었다.
국민회의가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는 김전대통령측의 거듭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강공의 칼날을 좀처럼 거둬들이지 않는 것은 차제에 환란의 책임소재를 국민에게 분명히 각인시키겠다는 생각에서다.
○…한나라당은 임전부총리의 경기지사후보 사퇴를 거듭 촉구하고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공동책임론’을 거듭 제기했다.
한나라당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정부여당이 환란에 대해 전정권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있으나 당시 야당으로서 정부의 금융 및 노동개혁을 사사건건 반대했던 현 여당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또 “검찰이 강경식(姜慶植)전경제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전청와대경제수석을 사법처리하면서 환란 당시 책임선상에 있었던 고건(高建)전국무총리와 임전부총리의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편파수사”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역 광장에서 열기로 했던 ‘김대중정권의 야당파괴 규탄대회’를 돌연 취소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자신들의 요구로 임시국회를 열어놓고도 이날 건설교통위에 당 소속 의원 14명 중 김종하(金鍾河)위원장 등 2명만이 출석하는 등 부실한 국회운영을 면치 못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이날 여권의 김전대통령 청문회 출석 주장에 대해 ‘보복정치의 전형’이라고 비난, 처음으로 공식반응을 보였다.
〈최영묵·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