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태양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너무 가까이 하면 타죽고 너무 멀리하면 얼어죽게 된다는 논리다.
김현철(金賢哲)씨와 유착했던 기업인들은 이 말을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다. 현철씨가 잘 나갈 때 그의 위세를 업고 알게 모르게 이권을 챙긴 이들은 지난해 현철씨 사건이 터지자 검찰에 불려가 밤샘조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 권력에 너무 가까이 갔던 대가를 치른 셈.
현철씨와 호형호제(呼兄呼弟)하며 지냈던 이성호(李晟豪)전대호건설 사장은 현철씨 사건 이후 건설공사가 진행중인 경기 광주의 청남골프장만 남기고 사업체를 모두 정리했다. 포철의 스테인리스철강 판매회사인 ㈜동보도 포철이 판매권을 회수하는 바람에 유명무실한 회사로 전락했다.
현철씨의 측근 박태중(朴泰重)씨는 옥중에서 주력업체였던 ㈜심우의 부도를 맞았다.
현철씨에게 15억원을 제공한 두양그룹 김덕영(金德永)회장도 4월 말 8개 계열사중 두양금속 등 4개 계열사의 부도사태를 맞았다. 지난해 11월에는신한종금소유권을놓고장인인 양정모(梁正模)전국제그룹회장과 송사를벌이다배임혐의로기소됐다.
현철씨와 별 인연도 없으면서 10억원을 건네준 대동주택 곽인환(郭仁煥)사장도 사건 이후 경영 일선에서 떠났다. 현철씨와 어울렸던 경영연구회 멤버들도 대부분 기업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경그룹은 수원 민자역사 공사를 착수도 못하고 있다. 현철씨와 유착했던 기업인들의 행로는 권력과 기업은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이라는 말을 새삼스레 되새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