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은 시간 서울에서 신도시로 빠져나가는 심야좌석버스안.
승객 대부분이 피곤한 몸을 의자에 기대고 단잠에 빠져있을 때 ‘삐리리릭’ 휴대전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주머니에서 단말기를 꺼낸 중년 남자. “응 나야. 여기 지금 ××동인데 30분은 걸릴거야. 아 그 놈의 K이사 때문에 말이야. 성질나서 동료들이랑 술 한 잔 했지….”
마치 자기집 안방처럼 큰소리로 떠든다. 중간중간 잘 들리지 않은듯 ‘뭐,뭐라고’를 남발하며 욕설도 서슴지 않는다. 주위 사람의 따가운 시선은 처음부터 안중에도 없다.
얼마전 호주를 다녀온 L씨의 경험담.
레스토랑에서 휴대전화를 꺼내자 웨이터가 와서 정중하게 “이곳에서는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돼 있고 정 급하시면 밖으로 나가서 통화하십시오”라고 말해 얼굴이 빨개졌다고 한다.
식사기분을 잡치게 하는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그 레스토랑의 규칙이라는 설명이었다.
상대방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는 것은 철저하게 배격하는 서구인의 사고방식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 통화를 할 때는 주위에 방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본 예절이다. 요즘은 휴대전화 통화품질이 많이 좋아져 큰소리로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충분히 알아듣는다.
지난달 휴대전화(개인휴대통신 포함) 가입자수가 9백만명을 넘어섰다. 국민 다섯 명당 한 대꼴. 이제 이동통신 선진국답게 휴대전화 통화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주위를 한번 살펴보자.
〈김학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