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스산맥에 사는 한 은여우는 어느날 나무에서 지저귀는 멧도요를 만났어요. 멧도요는 너무 무서워서 ‘우오우’하면서 노래만 불렀지요. 은여우는 멧도요의 의심을 덜고자 노래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지요….”
날마다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라는 아이들의 등쌀에 힘겨운 어머니들. ‘이솝우화’ ‘선녀와 나무꾼’ 말고 좀더 색다른 ‘거리’가 없을까.
각국의 신화와 민화를 엮은 ‘은여우와 멧도요’. 남미의 잉카와 칩차문명의 민화를 한데 모았다. 다소 생소한 남미 이야기지만 우리 정서에 맞는 소재만을 골라 알기 쉽게 풀었다. 주제는 사랑 지혜 우정.
‘은여우와 멧도요’ ‘태양의 아들’등 여러 이야기가 짤막한 분량으로 이어져 아이들의 구미에 잘 맞는다. ‘황금새를 만난 형제’(몽골민화) ‘해를 쓴 후예’(중국민화)도 재미나다.
은여우는 ‘노래를 하려면 입 주위의 털을 다 뽑아야 한다’는 멧도요의 말대로 했다가 너무 아파 결국 죽었어요. 멧도요는 새끼들에게 “불가능한 것을 손에 넣으려는 사람들에겐 언제나 이런 일이 일어나는 법이야”라고 말했다나요. 산하. 5,000원.
〈이승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