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서 챙겨 읽지 못한 신문을 잠시 펴들었을 때 코끝이 찡해져 누가 볼까 사무실밖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접한 너무 크고 아름다운 이야기에 눈시울이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8일자 사회면 ‘창’에 실린 ‘16년만에 갚은 빚유산’이란 기사. 요즘 힘겨움이 인이 박여 하루를 넘기는 사람들에게 ‘환란공방’ ‘서울지하철 7호선 책임기피’ 등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에 급급하고 카드빚 얼마에 사람을 다치게 하고 사기치고 횡령하고 했다는 기사들은 불안한 이 시대의 어두운 터널을 더욱 길게만 느끼게 했다.
그러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지난 날의 빚짐에 괴로워한 아버지와 비록 돌아가신 뒤이지만 3년간 생길 때마다 이를 악물고 부어온 적금을 깨 부친의 빚을 갚은 아들 내외의 이야기는 사람의 도리를 깨우쳐주고 살만한 가치를 찾아주었다. 매일 동아일보를 대하지만 오늘은 더욱 알차 보인다.
박찬권(경기 고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