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최근 분양중인 아파트의 청약 실적이 사상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12일 주택은행와 주택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분양 아파트의 순위내 청약률이 일부 초대형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10% 안팎에 불과하다.
정부가 잇따라 쏟아내놓은 부동산경기 부양대책은 꽁꽁 얼어붙은 시장에서 약발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서민층과 중산층의 수요가 자취를 감춘 대신에 초대형 아파트는 부유층의 잠재수요가 몰려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비교적 분양이 잘되는 편이다.
▼사상최악 미분양〓서울지역 4차 동시분양은 서울지역 2순위 청약 접수가 끝난 12일 현재 청약률이 2%를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순위내 미분양률이 2차 동시분양 때 미분양률 78.2%를 훨씬 웃도는 9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지역에서 분양중인 아파트도 분양실적이 극히 저조하다. 지난주말 순위내 청약을 마감한 남양주 부영아파트는 10.6%, 수도권 2순위 접수를 끝낸 남양주 현대아파트는 11.6%.
수도권 1순위 접수가 끝난 임광토건 안양 호계동 아파트는 55가구 공급에 단 1가구가 신청했다.
▼아파트시장 양극화〓60∼90평형대의 용인 ‘LG빌리지’는 순위내 청약률이 33.2%였으며 선착순 접수를 받고 있는 12일 현재 60%를 기록하고 있다.
초대형 아파트가 분양이 잘 되는 것은 경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부유층 잠재수요가 예상외로 풍부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4월초에 실시된 3차 동시청약에서도 4억3천여만원에 나온 도곡동 삼성아파트 48평형이 6.5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여 업계를 놀라게 했다.
▼실효성없는 부양책〓최근 쏟아져 나온 정부의 부동산대책의 초점은 △업체들에 대한 규제 및 진입제한을 풀고 △부유층의 투자를 유도하는 데 맞춰져 있다.
그러나 △전세금 반환자금 대폭 지원 △양도소득세 대폭 경감 △주택금융 확충 △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한 세제 지원 등 시장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중산층 및 서민층의 실수요 진작책은 부처간 견해가 엇갈려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金成植)연구위원은 “정부 대책은 부유층의 투기수요를 끌어내는데 중점을 뒀다”며 “서민층과 중산층의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지 않고는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데 명백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개발연구원 관계자는 “주택시장은 현재 초과공급 상태여서 공급측 규제를 너무 많이 풀면 불황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며 “기존주택 매매 및 전세 시장의 거래를 활성화해야 신규 분양시장이 살아날수 있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