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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레이더]퇴임앞둔 피델 라모스 比대통령

입력 | 1998-05-12 19:24:00


96년 1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렸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때의 일이다.

피델 라모스 필리핀대통령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함께 조깅을 했다.

그러나 조깅에 강한 김대통령이 보조를 맞추지 않고 시종 앞장서 달리자 기분이 상한 라모스대통령은 다음날 김대통령에게 “농구나 한 판 하자”고 제안했다. 라모스는 농구와 골프에 관한 한 자신이 있었다.

농구시합은 불발했지만 이 일화는 승부와 집념에 강한 라모스대통령의 편린을 잘 보여준다.

올해 70세로 6월말 6년 임기를 마감하는 그는 ‘일중독자’로 불렸다. 자명종 시계 두 개를 맞춰놓고 새벽 4시면 일어나 모든 일을 꼼꼼히 챙겨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런 성실한 자세와 노력 때문인지 그는 집권기간중 ‘아시아의 병자’로 불렸던 필리핀경제를 살려냈고 이슬람교반군과의 평화협상 성공 등 정치안정까지 이루어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필리핀은 지난해 6.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올해 아시아경제위기의 여파속에서도 3%안팎의 견실한 성장을 이룰 전망이다.

그가 선택한 경제정책의 요체인 규제완화 민영화 금융개혁 외국인투자 확대 등은 결과적으로 필리핀경제를 아시아 금융위기의 태풍에서 비켜서게 했고 올 3월 35년간에 걸친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신탁통치를 졸업하게 했다.

취임당시만 해도 ‘피플파워의 상속인’과 ‘기회주의적 정치인’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들었던 그는 국민적 호평속에 한때 단임제인 헌법을 고쳐 연임을 시도했고 이 때문에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연임은 또다른 독재를 부른다”는 국민의 소리에 승복했다. 더욱이 11일 대선에서 야당의 조지프 에스트라다후보(61)가 승리함으로써 그는 평화적 정권교체에 기여한 ‘행복한 노인’으로 퇴장하게 됐다.

〈허승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