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륜 중수부장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대선자금은 그의 재임시절 검찰 수사의 성역이었다. 그 성역에 도전한 사람은 97년 3월 김현철(金賢哲)씨 수사를 지휘한 심재륜(沈在淪)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현 대구고검장)과 주임검사인 이훈규(李勳圭)중수3과장(현 검찰1과장)이었다.
김전대통령의 대선자금은 현철씨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꼬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현철씨가 92년 대선 때 김전대통령의 외곽조직인 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나사본)의 활동자금을 조성, 측근인 박태중(朴泰重)씨를 통해 쓰고 남은 1백20억원을 관리해온 혐의가 드러난 것.
다급해진 김전대통령은 4월 하순경 민주계 핵심측근인 S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계 인사들의 심중수부장에 대한 불만은 적지 않았다. 한보그룹 정태수(鄭泰守)총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정치인 명단인 ‘정태수리스트’에 일부 민주계 인사들이 포함돼 검찰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심부장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결국 청와대와 민주계 핵심은 현철씨 사건이 끝나면 심부장을 경질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김전대통령의 대선자금을 본격적으로 손대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던 것. 그러나 심부장은 검찰 안팎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현철씨가 대선잔금 1백20억원을 남겨 보관해왔다고 발표해 버렸다.
현철씨가 구속된 뒤에도 심부장은 경질되지 않았다. 갑작스런 경질이 보복인사로 비쳐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 심부장은 97년 8월 검찰 인사에서 대구고검장으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