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지법에서 열린 기아그룹 김선홍(金善弘)전회장의 영장실질심사는 ‘미니 재판’이었다.
최중현(崔重現)영장전담판사는 서울지검 명동성(明東星)특수3부장을 비롯한 수사검사 5명과 김전회장의 변호인 황의인(黃義仁) 하죽봉(河竹鳳)변호사가 참석한 가운데 이례적으로 1시간50분간 실질심사를 했다.
이날 검찰은 무려 3백여개의 질문사항을, 김전회장 변호인도 1백여개의 질문사항을 준비해 한치도 양보없는 공방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앞으로 진행될 재판의 초점이 자연스럽게 부각됐다.
검찰과 변호인은 △기아자동차 경영발전위원회(경발위)의 주식매집 자금의 성격 △기아그룹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의 정당성 △기아사태와 외환위기의 관련성 등에서 상반된 입장을 드러냈다.
검찰은 먼저 김전회장이 5백23억원의 공금을 경발위에 넘겨 회사주식을 사는 등 공금을 횡령한 불법행위를 문제삼았다.
변호인은 “기아자동차를 적대적으로 인수하려는 세력에 맞서 사원들의 동의를 얻어 자사 주식을 매입한 것이 어떻게 공금횡령이냐”면서 “검찰이 본질을 보지 못하고 사소한 절차만을 문제삼고 있다”고 맞섰다.
검찰은 이어 김전회장이 이사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직권으로 기아특수강 등 4개 계열사에 2조4천억원을 지급보증하고 1조1천4백여억원을 빌려준 것을 문제삼았다. 이는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배임행위라는 것.
변호인은 이에 대해 “금융기관들이 담보를 제공해도 그룹 주력사인 기아자동차의 지급보증이 있어야 대출을 해줬기 때문”이라며 “이를 처벌한다면 재벌 중 구속되지 않을 사람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외환위기와 관련해 검찰은 김전회장이 불법경영으로 은행권에 큰 손실을 끼쳐 환란(換亂)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주장한 반면 변호인은 “정부의 책임을 개별기업에 돌리지 말라”고 반발했다.
이같은 논란은 앞으로 재판과정에서도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호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