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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평그룹 3개사 부도…5개 주력사만 남겨

입력 | 1998-05-13 09:48:00


재계 자산순위 28위인 거평그룹(회장 나승렬·羅承烈) 계열인 거평패션 ㈜거평 거평종건 등 3개 계열사가 12일 조흥은행 등 5개 은행에 돌아온 어음 13억3천만원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

거평그룹은 이날 거평시그네틱스 거평제철화학 거평화학 한남투자신탁증권 거평레저 등 5개 계열사만 남기고 나머지 15개 계열사를 사실상 정리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단행계획을 발표했다.

나선주(羅善柱) 그룹 부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한계기업을 도태시키고 생존 가능성이 큰 5개 계열사만 남기는 혁신적인 구조조정을 자발적으로 단행하기로 결정했다”며 “구조조정이 완료되면 거평은 수출중심 제조업과 금융 전문그룹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거평그룹은 새한종합금융 등 금융계열 3개사의 경영권을 산업은행에 넘기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거평그룹이 보유한 새한종합금융지분 37.8%(2백75만주)를 무상으로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새한종금이 100% 출자한 강남상호신용금고, 50% 출자한 새한렌탈 등 거평그룹 금융계열 3사의 경영권도 산은이 인수한다.

산은 관계자는 “새한종금의 지급보증 등 모든 채무를 떠안는 조건으로 지분을 무상 인수한다”며 “경영을 정상화시킨 뒤 3자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새한종금에 대한 산은 대출금은 6천4백30억원이다.

새한종금 대주주는 본래 산업은행과 체이스맨해튼은행이었으나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계획에 따라 96년 11월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보유지분 전부(40.56%)가 거평그룹에 매각됐다.

새한종금은 거평그룹에 인수된후 모그룹의 부실화가 가속화하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최근 자금유치를 위해 실세금리보다 높은 연 24%의 고금리 상품을 팔기도 했다.

이번 구조조정 추진으로 79년 금성주택으로 출발, 대한중석 라이프유통(거평유통) 한국시그네틱스(거평시그네틱스) 등의 인수를 통해 8년만에 30대 그룹에 진입한 거평그룹의 초고속 성장 신화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거평그룹은 작년말 현재 금융부문을 제외한 자본금이 6천4백억원인데 비해 부채는 1조6천여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거평그룹은 △거평종합건설 △거평산업개발 △거평유통 △㈜거평 등 회생 가능성이 작은 기업은 법정관리, 거평패션은 법원에 화의를 신청하며 거평식품은 청산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거평그룹은 이와 함께 이번주안에 대한중석 초경합금부문을 이스라엘의 이스카사에 1억5천만달러에 매각, 부채상환에 사용하며 한남투자신탁증권은 올해말까지 1천억원을 증자하고 외국자본을 유치해 대형 투자은행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거평그룹의 이같은 구조조정에 대해 “거평의 계획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살릴 기업 죽일 기업’ 발언 이후 첫 구조조정 사례”라고 평가하고 “앞으로 다른 그룹의 구조조정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정관리나 화의를 신청한 계열사는 빠른 시일 안에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면서 “앞으로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회사들이 법정관리나 화의를 통해 연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평에 이어 15일경 해태그룹도 해태제과와 해태타이거스 2개 계열사를 주력으로 하고 나머지 13개 계열사를 정리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해태제과의 부채를 은행 지분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채권단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