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정부 출범 이후 두달여 동안 진행된 각종 인사가 ‘6·4’지방선거의 심판대에 오를 전망이다.
야당인 한나라당이 현정부의 인사를 지나친 ‘호남 편중’이라고 집중 공격하고 나서자 여당인 국민회의가 ‘영남편중인사의 시정’이라는 논리로 맞받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호남편중론을 제기하는 의도는 분명하다. 비호남출신 유권자들의 소외감을 자극, 지방선거에서 비호남표를 모으겠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대구 달성 등 영남지역 4곳에서 실시된 ‘4·2’재 보궐선거 때 호남편중인사와 영남푸대접론을 부각시켜 톡톡히 재미를 봤다. 한나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이미 ‘DJ정권 호남 편중인사 실태’ 백서까지 펴냈다.
한나라당은 백서에서 “새 정부 인사의 호남편중실태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청와대 비서실 장관급 주요기관장 10대 권력핵심요직 등의 출신지역별 통계수치를 제시했다.
호남은 전체 인구의 11.7%에 면적은 20.6%인데도 청와대비서실의 33%, 장관급의 33.4%, 산하단체 투자기관장의 58%를 호남출신이 차지하고 있다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국무총리 감사원장 안기부장 법무부장관 국방부장관 행정자치부장관 대통령비서실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총장 등 10대 핵심권력요직의 절반을 호남출신이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법무부장관 감사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 사정(司正)핵심요직을 특정지역출신이 차지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는 것.
이에 대해 여권은 역대 영남정권시절 뿌리깊어진 호남소외와 영남독식 인사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빚어진 ‘오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김대통령도 10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1급이상 공직자의 출신지별 그래프까지 직접 제시하며 ‘호남편중론’을 반박했다.
새 정부의 1급이상 공무원 2백27명 중 호남출신은 48명(21%)인데 비해 영남출신은 71명(31%)으로 아직도 영남우세이며 새 정부 출범전에는 1급이상 공직자 중 호남출신이 12.7%(34명), 영남출신이 41%(1백10명)였다는 것이 김대통령의 설명이었다.
따라서 새 정부의 인사는 호남우대가 아니라 영남편중을 시정한 결과로 봐야 한다는 게 여권의 주장이다.
국민회의 정동채(鄭東采)의원은 “영남정권이 호남개발을 외면하는 바람에 수많은 호남사람들이 살길을 찾아 고향을 떠났다”면서 “전체 호남출신은 영남인구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재 거주인구 비율에 맞춰 호남편중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선거를 통한 첫 정권교체로 공직사회의 중추세력이 바뀌는 과정에서 호남출신이 늘어나긴 했으나 이를 호남편중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잉해석’이라는 것이 여권의 설명이다.
아무튼 새 정부 인사를 둘러싼 여야간 논란은 본격 선거전이 시작되면 ‘지역정서’를 겨냥한 각 후보들의 이해와 맞물려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김차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