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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재홍/앞당겨진 「핵공멸 시계」

입력 | 1998-05-15 19:29:00


인류공멸의 순간을 타종할 ‘운명의 날’ 시계가 지금 ‘D타임 14분전’을 가리키고 있다. 이 시계가 세계평화의 청신호를 나타냈던 때는 미국 러시아간 전략무기감축협정이 서명된 91년. 당시 시계는 운명의 시점 17분전이었다. 47년 미국 시카고대 교수 12명이 운영위를 구성해 작동해온 이 시계의 분침이 인도의 핵실험으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53년 미국이 수소폭탄 실험을 했을 때 이 시계는 2분전이었다.

▼인도가 세차례의 핵실험 사실을 발표했을 때 국제사회는 비난을 쏟아냈다. 사전 정보가 없었다는 점 때문에 지구촌의 위기감은 더욱 증폭됐다. 세계경찰역을 자임해온 미 중앙정보국(CIA)의 무능도 거론됐다. 이틀 뒤 핵실험을 두차례 더 했다는 인도측 발표에 세계는 경악했다. 예상대로 파키스탄도 보복 핵실험을 준비중이다. 핵실험이 터질 때마다 운명의 시계는 몇분씩 더 당겨질 것이다.

▼운명의 시계는 ‘최후의 심판’을 뜻하는 Doom이라는 명칭을 쓴다. 이 단어는 인간의지를 초월하는 힘을 함축한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운명을 깨닫고 그에 따르는 것이 이성적”이라고 했다. 고대의 운명론이다. 그후 운명을 ‘구원’과 ‘파멸’로 이분화한 사람이 16세기 종교개혁가 칼뱅이다. 그는 두가지 운명이 신에 의해 예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모두 인간의지는 배제한 셈이다.

▼인도 핵실험은 올 3월 취임 초부터 ‘핵무기 보유’를 천명한 바지파이총리가 주도했다. 인도라는 국가를 응징하기는 어렵다. 책임있는 개인을 처벌할 수 있을 뿐이다. 2차 세계대전의 전범 재판도 일본의 도조같은 개인을 처벌했을 뿐이다. 국가개념엔 왕실까지 포함됐다. 과학자들은 이제 지구 밖에 생활혹성을 하나 개척하는 것이 좋겠다. 인류공멸의 핵무기를 고집하는 개인들이 모두 지구촌을 떠나게 하기 위해서다.

김재홍(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