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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예비신랑 박배영씨, 환자 7명에 장기기증

입력 | 1998-05-15 19:29:00


결혼을 10여일 앞두고 신방을 꾸미다 2층 난간에서 떨어져 뇌사상태에 빠진 37세 노총각의 장기가 이웃에게 기증돼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

사랑의 주인공은 토목기술자인 박배영(朴培永·37·전북 완주군 용진면)씨.

23일 결혼할 예정이던 박씨는 12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전세방으로 신혼살림을 나르던 중 2층 난간에서 떨어져 뇌사상태에 빠졌다.

박씨의 가족은 병원측으로부터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평소 박씨의 뜻대로 신장 안구 심장 등 모든 장기를 필요한 환자에게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박씨의 신장은 전북대와 원광대병원에 입원중인 두 환자에게, 심장은 삼성서울병원의 한 환자에게 14일 각각 이식됐다. 각막도 두 명의 시각장애자에게 이식됐다.

아버지 박진남(朴鎭南·65)씨는 “배영이가 평소 ‘사고를 당하거나 병으로 죽게 되면 장기를 모두 기증하고 싶다’는 말을 해왔다”며 “하늘나라로 간 아들도 이를 알면 기뻐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2남4녀 중 장남인 박씨는 88년 어머니가 숨지자 아버지의 재혼과 동생들의 결혼을 위해 자신의 결혼을 미뤄오다 최근에야 약혼녀 윤모(37)씨와 결혼날짜를 잡았을 정도로 효심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김광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