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대는 조경과 화단을 정비하는 등 교내 곳곳을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인문대와 사범대의 유리창 교체사업. 기성회비의 지원으로 총 9억 5천만원을 들여 2천여장의 유리를 전면교체하는 대대적인 작업이다. 지난해 서울대 도서구입비의 20%에 해당하는 액수다. 낡은 창틀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불편함을 해결하고 에너지도 절약하기 위해 작업을 시작했다는 것이 학교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작업현장을 바라보는 학생들과 교수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다. 심각한 경제난의 여파로 연구비 등이 대폭 삭감되고 실직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친 예산낭비가 아니냐는 것이다. 교체하기로 된 건물의 유리창은 낡기는 했지만 한두개를 제외하곤 사용에 별다른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인문대의 한 학생은 “생활비가 없어 과방 등에서 침낭을 덮고 자는 친구가 있는데 학교는 멀쩡한 창문을 교체하는 데 수억원을 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범대의 한 교수도 “지성의 전당인 대학이 사회의 아픔은 외면한 채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부끄러운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교내 곳곳이 예산부족으로 제대로 사업을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단과대들도 대학본부의 눈치만 보느라 손을 내밀지 못한다.
서울대는 왜 굳이 교체작업을 강행했을까. 한 대학관계자는 “지난해 편성된 예산을 집행하지 않을 경우 다음 회기 예산편성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미 따놓은 예산을 집행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창문교체비용으로 확보해 놓은 예산이기 때문에 연구비와 도서구입비 등으로 전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IMF시대 우리나라 최고 지성의 전당인 서울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박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