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째 이런 일이….’
국내프로골프대회 사상 처음으로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로 경기가 취소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사건의 장소는 제41회 아스트라PGA선수권대회 2라운드가 벌어진 88CC 서코스(파72) 9번홀(파4,3백89m).
경기위원회가 이날 새벽 확정한 9번홀의 홀컵위치는 그린 왼쪽 상단. 오르막이었지만 이슬 때문인지 볼이 홀컵 주변에서 적당하게 멈춰서는 등 아무 문제가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정작 햇볕과 바람으로 그린이 바짝 마른 뒤의 상황은 딴판.
오전 7시 1번홀에서 출발한 7개조의 선수들이 이 홀에서 거듭된 퍼팅미스로 5퍼트, 6퍼트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김석근프로(51) 등 홀아웃을 포기하는 선수들이 속출한 것.
문제의 발단은 박정웅 경기위원장(56)이 “선수들이 무난하게 플레이를 치를 수 있도록 하자”며 경기중 홀컵 위치를 그린 왼쪽 하단으로 변경한 것.
이에 이미 플레이를 마친 선수들은 “우리만 부당하게 대우받았다”며 강력하게 항의, 경기위원회는 2라운드 경기취소를 결정하게 됐다.
물론 근본적인 책임은 무사안일하게 대회를 진행한 경기위원회에 있다. 그렇지만 홀아웃을 포기할 정도로 ‘프로정신’이 부족한 선수들도 책임을 면키는 어렵다.
〈안영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