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력있는 꼴찌’ 해태의 앞길에 청신호가 켜졌다. ‘무쇠팔’ 이대진(24)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대진은 14일 인천에서 1위 현대 거포들을 상대로 10연속타자 삼진기록이라는 엄청난 ‘사고’를 저질렀다.
1백년 역사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단 한번밖에 나오지 않은 세계타이기록이다.
해태는 이날 이대진의 활약에 힘입어 4대0으로 승리, 3연패끝에 2연승으로 상승 분위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대진은 그동안 ‘개점휴업’ 상태였다. 지난달 29일 쌍방울전에서 김현만이 친 타구에 오른손등을 맞은 뒤 더 이상 갈곳없이 떨어진 팀의 부진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
지난해 17승 6패 1세이브를 거둔 에이스 이대진의 부진은 곧 해태의 추락을 불러왔던 것.
‘무등산 폭격기’ 선동렬을 일본으로 보내고도 해태가 96, 97년 2연속 한국시리즈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야구천재’이종범과 바로 이대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올시즌 이종범까지 일본으로 보낸 해태의 입장에선 이대진의 공 하나하나에 모든 것을 걸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이러한 기대가 부담이 된 탓일까.
자신의 어깨에 팀의 운명이 걸려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는 지난달 11일 OB와의 개막전에서 3이닝도 넘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부상까지 찾아들었다.
그러나 이대진은 14일 현대전에서 지난해 7월13일 삼성전이후 10개월만에 완봉승을 거두며 화려한 재시동을 걸었다.
그는 “그동안 팀이 어려운 형편에서 등판하지 못한 것이 괴로웠다”며 “열심히 해서 위축된 팀분위기를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
이대진의 이 말이 단지 각오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
지난 96년 선동렬이 빠진 공백을 이겨내지 못하고 바닥을 헤매던 해태가 중반 이후 상승세를 탄 기폭제가 바로 군복무를 마친 이대진의 합류였기 때문이다.
〈전 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