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사태의 열쇠는 결국 군이 쥐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무정부상태, 경제적으로는 국가부도상황에 직면했던 인도네시아는 군의 사태 장악으로 준(準)계엄상태하에서 살얼음 같은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간이 갈수록 정국의 앞날을 군이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지고 있다.
군부 동향과 관련,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16일 “인도네시아 군부의 주요장성들이 각군 사령부가 있는 실란캅에 모여 비상계엄대책기구를 설치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군은 이미 ‘포스트 수하르토’시대를 대비하고 있으며 미국과 긴밀히 대화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군부 내에서 친수하르토 세력과 개혁세력 사이에 암투가 벌어지고 있으며 통합군사령관인 위란토대장과 그의 라이벌인 특전사사령관인 프라보 수비안토중장간의 권력다툼이 한창이라는 정보도 있다.
16일 은퇴를 선언한 14명의 장성들이 독립전쟁 동지인 수하르토 지지를 밝힌 반면 같은 날 인도네시아 군부 원로 15명은 수하르토 퇴진을 요구해 군 내부의 의견차를 보여줬다.
군당국은 이슬람교 성일로 학생들이 ‘민족각성의 날’로 정해 대규모 시위가 예상되는 20일 약탈 방화 등 폭동사태가 재발할 경우 실탄을 사용해 강력히 진압할 방침이다.
그러나 군과 시위대 사이에는 뜻 밖일 만큼 적대감이 없다.
네덜란드로부터의 독립투쟁과정에서 보여준 애국심 때문에 인도네시아 군은 ‘부패집단’으로 비쳐지고 있는 경찰(보안군)과는 달리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다.
군 지휘부는 정당한 주장을 펴는 평화적 시위는 인정하는 대신 약탈 방화에는 강력 대응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자카르타·워싱턴〓김승련·홍은택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