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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창]박상협/美 친절한 경관보며 선진국 실감

입력 | 1998-05-19 06:50:00


인구면에서 미국 제3의 도시인 시카고. 우리에게는 악명 높은 갱보스 알 카포네를 연상시키는 도시이자 젊은 세대에게는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농구팀으로 더 유명한 도시다.

1891년 대화재로 전부 불타 버린 시카고는 동부의 젊은 건축가에 의해 새로 설계됐다. 세계 5대 고층건물 중 3개가 여기 있으며 시내 건물 전체가 각양각색으로 조화를 이뤄 건축학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또한 중부 대평원의 중심도시로서 세계 농축산물 선물시장의 중심이며 오대호 연안의 핵심공업도시다.

도착한지 며칠후 미국생활에 꼭 필요하다는 소셜 시큐리티 카드(한국의 주민등록증에 해당)를 신청하러 갔는데 필자의 것은 선뜻 접수했으나 가족들의 것은 법이 바뀌어 발급할 필요가 없다며 돌아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2,3일 후 다시 가보니 다른 담당자가 군말없이 가족들의 것도 접수하는 것이었다. 명색이 미국인데 이렇게 무원칙할까 하며 다행반 실망반의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었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못한 전화시스템과 의료보험제도였다. 전화는 신청한지 일주일이나 지나서 개통됐고 의료보험은 보험료 납입액에 비해 불편한 점이 많았다. 그 과정에서 막연하게나마 가졌던 미국에 대한 동경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

그러나 신청에서부터 필기 실기시험을 거쳐 운전면허증 발부까지 2시간만에 해결되는 운전면허제도와 아무리 눈이 많이 내려도 제설이 완벽해 교통에 전혀 지장이 없는 도로관리, 그리고 열쇠를 놓아두고 현관문을 잠근 채 외출후 돌아와 당혹해 하다가 911 다이얼을 돌렸을 때 2분안에 출동해 현관문을 따주던 경찰관의 친절한 웃음 등은 역시 ‘선진국’이란 생각이 들게 했다.

이렇듯 미국에도 우리에 비해 더 좋은 제도가 있는가 하면 나쁜 제도도 있다. 현재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우리나라는 경제의 빠른 회복을 위해 외국인 투자유치가 절실하다고 한다. 이를 위해 규제 해제 등 고쳐야 할 부문이 많다. 나쁜 점은 하루빨리 고치되 무엇이 다른 나라에 비해 못하고 무엇이 더 나은지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박상협(KOTRA 시카고무역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