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시민들과 학생들은 대부분 수하르토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수하르토가 담화를 통한 국민 설득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의사당에 모인 5천여명의 학생들은 담화발표 이후에도 시위를 계속했다.
더구나 학생과 야당인사들은 계획대로 20일 대규모 시위를 벌일 예정이어서 한치 앞을 내다 보기 어려운 혼란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대학생 5천여명은 군과 경찰이 의사당 건물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의사당 계단과 뜰을 가득 메운채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계속. 학생 50여명은 의사당 돔 지붕위로 올라가 국기를 흔들며 시위를 주도.한 대학생은 수하르토의 담화에 대해 “그는 종종 사임의사를 밝혀왔으나 물러나지 않았으며 현재도 권좌에 남아 있다”며 “수하르토와 그의 가족들이 재판에 회부될 때까지 우리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
증권거래소 직원 등 사무직 종사자 5백명도 이날 수하르토의 담화가 발표된 뒤 “우리는 그가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잘 안다. 총선이 끝날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즉각 사임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
○…의사당 앞 계단에서 한 여대생이 수하르토의 즉각 퇴진과 개혁을 요구하며 확성기로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은 수하르토의 허수아비에 조화(弔花)를 걸어놓고 “수하르토는 이제 죽었다”는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군과 경찰은 대학교별로 각기 다른 색깔의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들의 의사당 진입은 허용했으나 일반시민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싱가포르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만4천2백루피아로 장을 시작했으나 대국민 발표후 1만루피아로 대폭 상승.
한편 도밍고 시아손 필리핀 외무장관은 수하르토대통령의 “총선후 사임 발표”를 환영하면서 향후 안정회복에 대해서는 군부 등 정치세력간의 입장 조율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구체적인 입장은 유보.
○…인도네시아 교육당국은 19일 대규모 시위가 예정된 20일과 21일 초중고교에 대한 임시 방학을 선포.이는 14일 폭동사태 때 나이 어린 학생들이 약탈에 대거 가담했다는 분석 때문.
○…수하르토대통령이 새로 실시하겠다는 총선일정대로라면 앞으로 최소한 18개월 동안은 그가 대통령직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주오노 수다르소노 인도네시아 환경장관이 이날 호주라디오와의 회견에서 주장.
수다르소노장관은 ‘퇴진까지는 얼마나 걸릴 것인가’라는 질문에 “최소한 18개월은 걸릴 것”이라며 “군부가 수하르토대통령의 후계자 인선에 여전히 큰 발언권을 갖고 있다”고 설명.
○…인도네시아주재 미국대사관은 최근 폭동사태와 관련해 출국하는 미국인들을 돕는데 직원들이 동원되는 바람에 일손이 모자라자 비자발급 업무를 잠정 중단하고 긴급상황에 있는 미국인 관련 업무만 취급하고 있다고 19일 발표.
이에앞서 자카르타 주재 영국대사관은 최근 자카르타 시내 약탈과정에서 영국인 2명이 숨졌다고 18일 발표.
최근 폭동과 관련해 외국인 희생자가 공식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소식통들은 “이들 두 명이 모두 길거리에서 공격을 받았다”고 전언.
〈자카르타〓김승련특파원·외신종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