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세계의 빗발치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인도 국민의 열광속에 다섯차례의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핵실험이 이뤄진 포크란은 파키스탄 국경에서 멀지 않은 사막 지역으로 74년에도 ‘미소 짓는 부처님’이란 암호명으로 핵실험이 실시됐던 곳이다.
▼ 불안한 연정 유지책략 ▼
인도의 분위기는 10억명의 인도 국민과 남아시아를 버섯구름의 그늘 아래 놓이게 했다는 비난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국민적 환호속에 언론과 정치인들이 이를 더욱 부추기는 형국이다. 방사능의 위험을 지적할 만한 포크란 주변의 주민들이 먼저 시장통으로 몰려나와 축제바람을 일으켰으며 이러한 분위기는 수도 뉴델리의 거리에서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인도가 핵실험을 단행한 구실은 물론 파키스탄과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있다. 인도는 62년 중국과의 국경전쟁에서 참패한 악몽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파키스탄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상당 부분 중국이 도와주고 있다고 믿고 있다. 미국 중국 파키스탄의 협력체제가 지난 반세기 동안 인도의 손발을 묶어 놓았으며 파키스탄과의 국지적 충돌이 상존하고 중국과의 국경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마당에 인도의 갈 길은 핵무기 개발밖에 없다는 것이 인도 정부의 주장이다.
국가안보적 이유 외에 인도 정부는 국민의 지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계산했을 것이다. 3월 출범한 인도인민당 정부는 12개 군소정당과 함께 간신히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불안한 연정(聯政)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핵실험이야말로 국민의 애국심을 한곳으로 모아 인민당을 지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인민당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상원의원에 두번, 하원의원에 일곱번 당선된 72세의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총리이다. 언론인 출신으로 시를 쓰기도 하는 바지파이는 57년 의회에 진출한 후 사람을 매혹시키는 뛰어난 연설로 자극적인 힌두민족주의를 외침으로써 젊은이들을 열광케 했다.
인도인민당 정부의 출현은 인도 내에서 특히 1억2천만 인도 모슬렘을 적지 않게 긴장시키고 있다. 민족적 종교적 운동의 혼합체로 성장한 인도인민당이 반(反)모슬렘 정서를 자극하면서 인도가 힌두국가가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하트마 간디와 네루가 그렇게도 주장했던 ‘세속국가’의 부인을 의미한다.
힌두와 모슬렘이 종파적 민족주의를 외치면서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립으로 나아갈 때 마하트마 간디는 그의 사전에서 가장 격렬한 어휘인 ‘거짓’이라고 표현하며 반대했다. 또 네루는 민주적이고 비종교적인 통일국가를 수립하면서 세속국가의 인상을 짙게 하기 위해 모슬렘이 다수인 카슈미르 지방을 무리하게 인도에 편입시켰다. 헌법에 규정된 세속국가의 이념이 이제 와서 인도인민당에 의해 부인되고 있는 것이다.
인도의 핵실험은 인도의 국가이익에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인도는 열강의 세계정책을 비난하면서 비동맹국가의 맹주로서 행세해 왔으나 이제 인도 스스로 핵강국의 대열에 오름으로써 지금까지 인도를 따르던 수많은 아시아 아프리카의 약소국가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게 됐다.
▼ 비동맹국 외면 부를듯 ▼
당장 심각한 문제는 핵실험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과 일본 등이 취할 경제 제재다. 그러나 인도는 미국이 천안문 학살사건 때 중국에 경제 제재를 가했지만 외국자본의 투자는 계속되었다는 점을 들어 인도에 대한 제재도 상징적 의미 이상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외국자본 유치와 소비재의 수입자유화에 대해 거부감을 보여 왔던 인도인민당은 외부로부터의 경제 제재가 강화될 경우 범국민적 스와데시(국산품 애용)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독립운동에서 위력적인 힘을 발휘했던 이 운동이 오늘날 어떤 형태의 애국운동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조길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