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姜慶植)전경제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전청와대경제수석의 구속수감으로 검찰의 환란(換亂)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두 사람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 당시 경제정책수립 책임자와 대통령 참모였다는 점에서 적시(適時) 대응을 하지 못한 1차적 책임을 면키 어렵다. 그것이 형사적 책임이냐, 정치적 도의적 책임이냐에 대해서는 이론(異論)이 있지만 책임이 있다는 점만은 본인들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번 환란수사는 몇 가지 점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첫째, 사법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많이 의존한 인상을 준다. 환란책임자에 관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언급과 감사원 특감, 검찰수사가 순차적으로 이어지면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주범’으로 지목됐다. 이것이 ‘희생양’이라는 비판의 소지를 제공했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답변서 내용을 보완수사해 보지 않고 ‘허위’로 단정, 수사를 끝낸 것도 경솔했다. 국정 최고책임자였던 주요 참고인의 진술을, 그것도 특감때의 답변내용과 확연한 차이가 있는데도 간과해 버렸다.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사실규명을 회피함으로써 국민회의 경기지사후보인 임창열(林昌烈)씨를 비호하려 했다는 공정성 시비는 당연한 귀결이다.
환란은 재벌체제 정경유착 호화사치풍조를 비롯한 우리 경제의 구조적 모순에다 정책 잘못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런 관점에서 일부에선 강씨와 김씨 두 사람의 법적 책임이 지나치게 부각됐다는 시각도 없지 않아 두고두고 논란거리로 남을 전망이다. 앞으로 공직사회의 정책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지나 않을까 염려되는 부분이다.
둘째, 검찰이 이들을 구속하면서 내세운 ‘정치적 야망론’ ‘선생님 역할론’은 엉뚱하기까지 하다.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되려는 꿈을 펼치는 데 경제실책이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이 김전대통령에게 실상을 은폐한 동기가 됐다는 것이다. 또 ‘대통령이 잘 모르면 쉽게 가르쳐 줘야 할 의무가 있다’는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이상한 논리를 동원했다. 설득력이 약할 뿐만 아니라 군색하기 짝이 없다. 직무유기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내세운 논리가 아닌가 여겨진다.
처벌을 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정연한 법논리와 확실한 증거에 의해 혐의를 입증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수사기관의 정도(正道)다. 그러나 이번 수사는 환란 원인규명 작업중 법적 책임자를 가려내는 한 가닥에 불과하다. 검찰수사를 통해 환란의 모든 것이 규명됐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미진한 부분은 재판과정과 국회청문회에서 밝혀지고 정리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