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에 대한 일본 엔화의 가치가 6년8개월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엔화약세로 국내 수출기업과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19일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는 개장초 달러당 엔화환율이 1백36.04엔으로 치솟았다가 일본정부의 외환시장개입 움직임으로 오후 들어 1백35엔대를 기록했다.
엔화는 이에 앞서 18일 뉴욕외환시장에서도 달러당 1백36.27엔으로 마감됐다.
엔화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인도네시아 사태로 일본 금융기관들이 거액의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크고 일본 국내경기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
도쿄의 외환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고 일본정부의 가시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없는 한 달러당 엔화환율은 1백40엔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같은 엔화 약세 움직임에 대해 일본정부는 일단 제동을 걸고 나섰다.
마쓰나가 히카루(松永光) 일본대장상은 19일 각료회의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나친 엔화약세는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외환시장 동향을 엄격히 점검,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혀 일본정부가 엔화가치 방어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도이체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일본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엔화 절하의 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 방향을 돌려놓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불안이 계속되고 경기부양책의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달러당 엔화환율은 1백40엔대까지 지속적인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 엔화약세가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는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원―달러환율이 한때 1천4백64원까지 치솟았다가 기업 등의 매물이 쏟아져 나오자 다시 하향세로 돌아서는 등 불안한 양상을 보였다.
또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투자자들이 엔화약세의 영향으로 달러당 원화환율이 1천5백원대 또는 1천6백원대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주식 매입을 자제하고 있다.
대유증권측은 “통계적으로 볼 때 3월 이후 엔―달러환율과 우리나라의 종합주가지수는 정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즉 엔―달러환율이 오르면 우리나라의 주가는 떨어진다는 것.
엔화약세가 수출경쟁력 약화 등 실물부분에 미칠 부작용도 적지 않다. 자동차 반도체 컴퓨터 등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이 대부분 일본기업과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광암기자·도쿄〓권순활특파원〉